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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문해 찾아가던 수소충전소, 내년 310기로 늘려 불편 해소한다

입력 | 2021-08-31 03:00:00

110기 돌파… ‘충전 병목현상’ 숨통
연비 뛰어나고 충전 간편한 수소차… 충전소 많지 않아 이용자 큰 불편
정부 그린뉴딜 사업 정책의 일환… 지난해부터 충전소 구축에 속도
최근 6개월마다 50%씩 증가 추세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구축된 수소 충전소. 국내 100번째 수소 충전기가 설치된 곳이다. 공항과 시내를 오가는 수소 버스가 주로 이용한다. 환경부 제공


“충전하려고 줄 서 있는 차가 딱 2대만 있어서 얼른 대기하고 있어요.”

1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의 국회 수소충전소. 인천에서 온 김동철 씨(64)는 “광복절 연휴 동안 차를 사용해서 충전하러 국회에 왔는데 기다리는 차가 적어서 좋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수소차인 넥쏘를 탄 김 씨는 수소차 구매에 만족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내연기관차와 수소차를 병행해 운전하다가 지금은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수소차만 운행하고 있다. 김 씨는 “차를 구입할 때 보조금도 받고, 고속도로 이용요금이 절반”이라며 “환경에 좋다는 자부심도 있어 주변에 수소차를 사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증가 속도 못 따라간 수소충전소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만든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무공해차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나는 냄새, 진동 등이 없다. 충전시간이 3∼6분 정도로 짧고 연료소비효율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8월 2주 기준 국내 수소차(넥쏘 기준) 연비는 km당 91.48원 수준으로, km당 101.55원 수준인 경유차(싼타페 2.2 디젤 기준)보다 연비가 더 좋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홍승엽 씨(49)는 “주행거리도 길어 한 번 충전하면 인천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며 “평소 출퇴근할 때만 차를 사용해 2주에 한 번 충전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수소차는 2013년 916대에서 올 7월 1만5826대까지 도입 대수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충전소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기는 2006년 경기 용인시의 현대차 연구소에 연구용 1기가 처음 설치됐다. 이후 2013년까지 7년 동안 민간 연구소 중심으로 매년 1기씩만 늘었다. 2013년부터 환경부 예산 투입이 시작됐지만 등록 수소차가 1만 대를 넘어선 2019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가 단 37기에 그쳤다.

이 때문에 수소차 이용자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홍 씨는 “2019년에는 차를 충전하려고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회 내 수소충전소는 충전기 1기당 하루 평균 충전 차량 대수가 올 초 최대 95대에 달했다. 국회 수소충전소 관계자는 “기다리는 차가 늘 있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연내 수소충전기 180기 넘어설 듯

국내 수소충전기 구축에 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당시 정부는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담은 그린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환경부 내부에 수소충전소 구축 전담팀이 생긴 뒤 지난해 말 전국의 수소충전기는 70기까지 늘었다. 올 상반기(1∼6월)에는 110기를 넘어섰다. 6개월마다 50% 넘게 늘어난 셈이다. 환경부는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수소충전소 설치 관련 허가권을 환경부가 의제 처리하는 것으로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충전소 인허가 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최근 수도권의 수소 충전 ‘병목 현상’이 차츰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내 충전기기는 지난해 6월 13기에서, 올해 6월 30기로 늘었다. 수소차 196대당 1기꼴에서 173대당 1기꼴이 됐다.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불편도 어느 정도 감소했다. 지난달 환경부가 수소차 이용자 2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170명(63%)이 지난해 대비 올해 주변에 이용 가능한 수소충전소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또 3명 중 1명(33%)인 87명은 “충전 대기 시간이 10분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수소차 충전 인프라가 늘고 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회사원 정재웅 씨(42)는 “처음 수소차를 구입한 2018년만 해도 창원에 수소 충전기가 1기 있었는데, 지금은 6기”라며 “다양한 곳에서 충전할 수 있어 운전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처음 차를 샀을 때는 충전기 수리라도 하면 충전 가능한 다른 장소가 없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창원시의 적극적인 수소차 관련 행정도 도움이 됐다. 정 씨는 “시에서 ‘○○동에 있는 충전소가 점검 중이니 ○○동에 있는 충전소를 이용하라’는 식으로 안내 문자를 보내줘 충전할 때 허탕 치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각 지자체들도 수소충전소 구축 및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기 화성시는 올 6월 전국 최초로 시 청사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했다. 수소충전소는 수소를 담은 튜브트레일러 보관 장소와 압축기 등이 필요하고, 가스 사용으로 인한 시설물 간 이격거리 제한이 있어 상대적으로 넓은 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부지 선정이 쉽지 않은데, 청사 부지를 내놓은 것이다.

환경부는 향후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업체 등과 협업해 시내 중심지에 수소충전소를 만들고, 기존 이용객이 많은 국회와 서울 서초구 양재 충전소에 충전기를 증설할 계획이다. 또 전시장, 쇼핑몰 등의 복합문화시설이 충전소와 결합된 ‘메가스테이션’을 구축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전국 수소충전기는 연내 180기, 내년 310기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기초지자체마다 최소 1기 이상 수소충전소를 만들 계획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아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