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주민들 “성범죄자인줄 몰라”… 2008년 이전 범죄, 신상공개 안돼
② 주거지 이탈경보 대응 소홀… 강씨와 통화뒤 현장 확인않고 돌아가
③ 5차례 집 갔지만 수색 못해… 체포영장, 도주 16시간 뒤에야 신청
④ 뒤늦은 동선 추적 성과 없어… 서울 38시간 활보, 2차 범행 못막아

전자발찌 훼손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 씨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게시한 본인 사진. 강모 씨 SNS 캡처
강씨 출소에서 연쇄살인까지 3개월… 전자발찌 부착자 관리 ‘구멍’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강모 씨(56)는 올해 5월 출소한 뒤 한 목사의 주선으로 화장품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여성을 상대할 일이 많고, 이동이 잦아 보호관찰관이 26일 강 씨의 이동 경로를 현장 점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동부보호관찰소는 전자발찌 부착자인 강 씨의 참혹한 범행을 막지 못했다.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뒤에도 법무부와 경찰은 강력 범죄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적극적인 추적을 벌이지 않았다. 강 씨의 출소부터 경찰 자수까지 3개월 여간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정부의 관리망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 범행 5일 전에도 소동…위험 징후 파악 못해

강 씨는 27일 새벽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약 2km 거리까지 이동했다. 강 씨가 이 같은 특이 행적을 보였음에도 보호관찰소가 강 씨의 집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미흡한 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 인력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강 씨를 관리하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의 경우 관내 전자발찌 부착자가 110여 명이지만 고작 2명이 한 조로 야간 근무를 하며 관리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호관찰은 범죄자를 교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고, 보호관찰소 공무원들은 경찰과 달리 테이저건, 권총 등 장비가 없다”며 “강 씨의 집에 찾아갔더라도 범행을 막기는커녕 범행의 피해자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서울역’으로 위치 특정하고도 검거 실패
경찰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강 씨를 뒤쫓으면서 강력 범죄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아 강 씨의 집 내부 상황을 살펴보지 않고, 추적에도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27일 오후 5시 31분 강 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는 사실을 몇 분 뒤 통보받았다. 경찰은 이날 오후 6∼10시 3차례, 28∼29일 2차례 등 총 5차례 강 씨의 집을 찾아갔다. 당시 강 씨의 집에는 26일 오후 살해된 40대 여성의 시신이 방치돼 있었지만 체포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진입하지 못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있지만, 현장 경찰의 적극적인 경찰권 행사가 있었으면 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밝혔다. 법무부 특별사법경찰도 강 씨 도주 16시간 만에야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강씨 오늘 영장심사… 신상공개 검토
경찰이 29일 오후 강씨 자택에서 감식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