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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살인범 “더 많이 못 죽인 게 恨”…마이크 걷어차기도

입력 | 2021-08-31 11:48:00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 씨(56)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발로 걷어찬 마이크가 기자의 이마에 맞는 일도 벌어졌다.

강 씨는 31일 오전 9시 50분경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섰다. 회색 모자와 상·하의,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마이크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발걸음을 옮기던 강 씨는 ‘왜 범행을 저지르셨습니까’, ‘돈 얼마 때문에 살해하셨습니까’, ‘유족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등의 물음을 듣다가 결박된 팔로 기자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쳐 떨어뜨리게 하고, 또 다른 기자를 강하게 밀쳤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호송차 근처까지 이동한 강 씨는 ‘왜 계획적으로 살해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보도 똑바로 하라”고 말했다. 이후 호송차 안으로 들어간 강 씨는 밖으로 나오려고 저항을 하면서 “기자들이 보도를 엉터리로 하니까 그렇지. 사람의 진실을 알아야지. 기자들, 당신들이 진실을 모르니까 그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 씨의 패악은 법원 앞에 도착해서도 계속됐다. 이날 오전 10시 6분경 호송차에서 내려 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강 씨는 ‘피해 여성을 왜 살해하셨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욕설하며 마이크를 발로 걷어찼다. 마이크는 기자의 이마를 강타했다. 안경을 쓰고 있던 기자의 눈 쪽으로 향했다면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강 씨는 이후 ‘전자발찌를 왜 끊으신 겁니까’, ‘피해자들에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등의 물음에 욕설과 함께 “보도나 똑바로 해”라고 말하며 법원으로 들어갔다.

강 씨는 이날 오전 11시 21분경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왔다. 강 씨는 ‘금전 관계로 사람을 죽인 게 맞습니까’, ‘피해 여성은 왜 살해하셨습니까’, ‘추가 범행도 있습니까’, ‘보도의 어떤 점이 잘못됐다는 겁니까’ 등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恨)이 된다”며 “사회가 X 같아서 그런 것”이라고 소리쳤다. ‘반성은 전혀 하지 않는 거냐’는 물음엔 “당연히 반성 안 하지, 사회가 X 같은데”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는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강 씨는 40대 여성과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다. 강도 강간, 강도 살해 등 전과 14범인 강 씨는 2005년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석 달 전 출소했다. 전자발찌를 차고 생활하던 강 씨는 노래방에서 알게 된 40대 여성을 자신의 집에서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이후 29일 새벽 “돈을 갚겠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유인해 살해했다. 강 씨는 범행 사실이 곧 발각될 것 같다는 이유로 자수했다. 강 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