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감염병 대응을 위해 기부한 7000억 원의 관리를 신영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78·사진)가 총괄 심의하게 됐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위기극복 기부금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신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기부금관리위원회는 올 4월 이 회장 유족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병원을 만들어 달라”며 기부한 7000억 원의 운영 방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회장 유족의 기부금 중 5000억 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2000억 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감염병 연구에 쓰기로 했다.
신 명예교수는 서울대 의대 교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거쳐 2009년부터 10년간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공중보건 전문가다. 지난해 초 WHO의 코로나19 특사로도 임명됐다. 복지부는 신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의료·건축·법률·회계 분야 전문가와 고위 공무원 등 15명으로 기부금관리위원회 구성을 확정해 이르면 9월 중순 출범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앙감염병병원 부지가 지난해 7월 한 차례 바뀌면서 총사업비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것이지, 이 회장의 기부금 때문에 예산을 깎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측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의 시급성을 감안해 기존 정부 예산을 그대로 반영하고 적정성 재검토 절차도 건너뛸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