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 주도하는 스톡엑스의 성공 전략
소비자 간 운동화 거래로 사업을 시작한 스톡엑스는 현재 의류, 시계, 전자제품 등까지 제품군을 늘리고 정품 인증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후발주자들을 따돌리며 미국 리세일 플랫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톡엑스 제공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스톡엑스는 2016년 창업 후 약 5년 만에 기업가치 38억 달러(약 4조3600억 원)를 인정받으며 미국 리세일(재판매) 플랫폼의 선두 주자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2020년 매출은 4억 달러(약 460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7% 성장을 이뤘다. 운동화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패션의류, 시계,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한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답게 미국의 리세일 시장 역시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다. 북미 지역 운동화 및 패션 의류 리세일 시장의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로 추산되는 가운데 전통 이커머스 업체인 이베이는 물론이고 포시마크, 고트 등의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스톡엑스는 어떤 뚜렷한 차별성을 무기로 시장을 리드하게 됐을까. 스톡엑스의 성장 전략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8월 1호(326호) 케이스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운동화를 주식처럼 사고팔아
당근마켓 같은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거래할 상대방을 찾아야 한다. 마땅한 거래자가 없으면 알람 설정을 해두고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거래자를 만난 이후에도 일대일 대화창을 열고 가격을 흥정한다. 남들보다 비싸게 주고 사는 건 아닌지 걱정돼도 확인할 길이 없다.○ 정품 여부 철저히 검수
중고 거래의 가장 큰 위험은 위조품 구매 가능성이다. 특히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 같은 고가 제품을 구매할 때 그 우려는 더욱 커진다. 스톡엑스는 새 제품만 취급하는 동시에 자체 인증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불안을 해소한다.스톡엑스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는 제품을 구매자가 아닌 스톡엑스의 인증센터로 보낸다. 인증센터는 해당 제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한 뒤 정품으로 판단한 제품만 구매자에게 발송한다. 스톡엑스는 운동화의 정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운동화의 소재, 박음질 상태, 상자 상태 등 100여 가지의 항목을 확인한다. 판매자는 제품이 인증 과정을 통과해야만 스톡엑스로부터 판매대금을 지급받는다. 스콧 커틀러 스톡엑스 최고경영자(CEO)는 DBR와의 인터뷰에서 “스톡엑스의 운동화 인증 정확도는 99.99%”라며 “스톡엑스가 세계 최초로 운동화 인증의 표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예금 대신 신발에 투자하는 MZ세대 저격
사용법이 쉽고 단순하며 거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업 방침에 힘입어 스톡엑스는 MZ세대에게 대체 투자의 장(場)으로 올라섰다. 스톡엑스가 올 3월, 18세 이상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한 사람 중 37%는 “투자 기회라고 생각해 구매하게 됐다”고 답했다. 스톡엑스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1년 6월 사이 나이키 에어조던4는 200달러에서 400달러로, 에어맥스1은 190달러에서 250달러로 시세가 올라 각각 약 100%, 50%의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수익률은 30%에 그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싼 부동산, 위험한 가상화폐 및 주식, 이자율이 낮은 예금에 반해 MZ세대가 명품 가방과 운동화 등 비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스톡엑스는 이러한 MZ세대의 투자 특성을 잘 파악하고, 브랜드의 한정판 출시 트렌드를 결합해 자신의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뉴욕=강지남 DBR 객원기자 jeenam.kang@gmail.com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