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리더십에 대해 어떤 책을 읽어보면 좋을까요?” 종종 리더십 코치라는 이유로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나의 추천 중 하나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리더의 자서전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기왕이면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리더의 모습에서 자기에게 맞는 교훈을 찾아보는 것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약속의 땅’을 최근 읽었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내가 매력을 느끼는 인물이 오바마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그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 부분이었다. 세 가지 장면.
첫째, 오바마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보좌관이 추린 국민들의 편지 10통을 읽곤 했다. 오바마는 보좌관에게 지지자들이 보낸 칭찬들로 가득한 편지만 받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이 읽었던 편지 중 실업 고통을 겪으면서 로비스트와 특수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편지를 소개했다. 그는 이런 아픈 편지를 읽을 때 그저 한 시민의 편지로 읽지 않았으며, 그 편지 뒤에 수백만 명의 절박한 사연이 있음을 기억하려 했다고 적고 있다.
셋째, 전 세계 집단살해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한 책 ‘미국과 대량 학살의 시대’를 쓴 서맨사 파워를 오바마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눈여겨보았다. 오바마는 파워를 자신이 정치를 시작할 때처럼 양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로 보았다. 그는 대통령이 되자 파워를 국가안보회의 특별보좌관으로 채용했는데, 그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오바마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파워는 오바마에게 “우리가 최근 배신한 이상은 무엇인가요?”라고 묻거나 오바마가 아르메니아 학살 추모의 날에 20세기 초 터키인들이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집단 살해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은 것을 꼬집기도 했다.
오바마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가 있다. 직장 혹은 거주지 선택에서부터 프로젝트 실행 혹은 투자 방법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온 ‘선택 설계자들’의 저자 올리비에 시보니는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자신이 갖고 있는 편향(bias)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포함해 다양한 관점을 듣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신념과 모순되는 정보나 의견을 애써 외면하려 하며, 이에 따라 그릇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런 편향을 극복하려면 의도적으로 ‘악마의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전략 업무 회의에서 만장일치는 위험한 결정으로 빠질 수 있으며,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만들어 다양한 각도에서 사안을 검토할 것을 권한다. 오바마는 이러한 의사결정 이론을 이미 현장에서 구현하고 있었던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던 오바마는 어떻게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을까. 어린 시절 오바마가 급우를 괴롭힌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의 어머니는 오바마에게 이렇게 말했으며, 이를 성인이 돼서도 기억하며 살았다고 한다. “세상에는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차지할 수 있기만 하면 딴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신경 안 쓰지. 자기가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려고 남을 깔아뭉갠단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인 사람들도 있어. 남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상상할 수 있고 남들에게 상처 입히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하지…. 자, 그렇다면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