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허지웅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방송인 허지웅이 10대 청소년들이 60대 할머니를 폭행하고 ‘담배 셔틀’을 시키고 조롱한 사건에 대해 절망감을 표출했다.
지난 31일 허지웅은 “주인공 안톤 쉬거의 머리 스타일로 더 유명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제목은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온 것입니다. 그 의미는 시나 원작소설이나 영화나 같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허지웅은 “제아무리 현명한 사람일지라도 세상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험과 사유를 통해 오랜 시간 지혜를 터득해온 사람조차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삶의 풍경과 가치관 앞에선 무력한 스스로 실망하고 서글퍼할 뿐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지요”라며 최근의 사건에 대해 언급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은 장난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국화꽃과 비아냥 때문이 아니라, 속수무책으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할머니의 체념 때문에, 저는 절망했습니다”라고 깊게 탄식했다.
또 허지웅은 “이런 세상을 상상해본 적도, 예측해본 일도 없습니다”라며 “여러분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영문도 모르겠고 해법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좌절했다.
이에 더해 “할머니는 학생들이 처벌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을 인내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렇게 감싸안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없이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내가 참 싫은, 그런 아침입니다”라고 허탈해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5일 오후 11시30분께 여주시 홍문동의 한 길가에서 A군(17) 등 10대 청소년 4명이 B씨(60대·여)의 머리 등 신체를 물건을 이용해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로 붙잡아 이들을 조사 중이다.
동영상 속 10대 청소년들은 “담배 사줄거야, 안 사줄거야. 그것만 말해”라며 욕설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흰 꽃으로 B씨의 머리 등을 때렸다.
B씨는 이에 “나이가 몇 살이냐. 어른한테 왜 이러냐”고 따졌지만 A군 등의 “열일곱”이라고 말하면서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고 조롱 섞인 말투로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이같은 수모를 겪었음에도 가해학생들에 대해 구체적인 처벌의사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가해학생에 대한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절차를 거쳐 검토 중”이라며 “가해학생들의 부모 입회하에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각 부모들과의 일정조율 중이며 맞춰지는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혐의에 대해 “장난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