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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 “아프간 떠나 中견제 집중”… 韓 외교 ‘초유의 도전’ 닥친다

입력 | 2021-09-02 00:00: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해 “미국을 위한 올바르고 현명한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상이 변하고 있다. 2001년의 위협이 아닌, 2021년과 내일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켜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 사이버공격, 핵확산 등 새로운 도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특히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첫 번째로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아프간 철군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대국민 해명이었지만 핵심 메시지는 ‘아프간 철군 이후’에 있었다.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이다. 아프간 철군으로 ‘미국이 떠났다’는 탄식이 들리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국제사회 리더로 복귀한 것은 중국 같은 패권 도전자를 저지하는 동맹과 우방의 규합을 위해서지,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를 돕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간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아프간의 수렁에서 벗어난 이상 중국 견제에 모든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도 단호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공산당 이론지 기고문에서 “위대한 공산당 정신으로 어려움과 위험을 이겨내고 더욱 크고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자”고 독려했다. 시 주석이 말한 ‘공산당 정신’에는 6·25전쟁 참전의 기치로 내건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 정신도 포함됐다. 미중 대결 격화에 한반도에서 벌어진 70년 전 전쟁의 역사까지 소환되는 요즘이다.

우리의 안보 동맹국과 최대 교역국 사이에 벌어지는 대결은 한국 외교에 유례없는 도전이다. 한쪽 진영에, 일극(一極) 질서에 속해 있던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본격적 행동을 요구하고, 이에 중국은 경제 보복을 무기로 흔들려 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중 협력도 조화롭게 발전시킨다’는 모호한 수사(修辭)로 모면할 수는 없다. 안보도 경제도 자강(自强)의 속도를 높이면서 국가전략 차원의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 미중 사이에 낀 줄타기, 북한만 바라보는 외곬 외교로는 그 파고를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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