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연설 사과 없이 해명 급급 “국익에 맞지 않는 전쟁 지속 거부” 공화 “비겁함이 부른 국가적 치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아프간 철군 완료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프간 현지에 있던 미국인의 90% 이상이 빠져나왔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놀라운 성공”이라고 했다.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과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들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아프간 탈출을 원하는데도 아직 현지에 남아 있는 미국인은 100명이 넘는다.
아프간 전쟁이 ‘실패한 전쟁’이라는 국내외 비판으로 위기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신의 철군 결정을 정당화하며 방어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전쟁을 끝낼 때 이런 정도의 복잡함과 도전, 위협 없이 빠져나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철군 시한은 임의로 정한 게 아니었다.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프간 전쟁에 대해서도 “우리는 10년 전에 아프간에서 설정했던 목표 도달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국익’을 수차례 반복 언급하며 국익에 맞지 않는 전쟁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우리 국민의 이익에 맞지 않는 전쟁은 거부한다”며 “미국 본토 및 친구에 대한 공격을 막는 것 외에 아프간에는 중요한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기 어린 연설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정치권은 싸늘하다. 야당인 공화당 벤 새스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철수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비겁함과 무능함이 야기한 국가적 치욕”이라며 “역사는 이 비겁함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 탓이오(mea culpa)’라고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마지막 철군 과정을 정당화하려 애썼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