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욕설과 칼부림, 그리고 살인. ‘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시리즈를 하면서 많이 내보낸 갈등 사례입니다.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심각한 분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반면에 층간소음 갈등이 감정 대립으로 가기 전에 초기에 슬기롭게 해결한 경우도 많습니다. 마음을 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극단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오고 가는 말이 고와야하고, 소음을 줄이려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주어야겠지요.
독자가 시리즈 기사를 읽고 ‘아주 성공적을 해결한 한 아름다운 사례가 있어, 그 사연을 보내드리고자 합니다’라는 편지, 아래층에서 받은 손글씨 편지를 동봉해 우편배달을 보내왔습니다.
내용을 전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이 글은 월간지 ‘좋은 생각’ 지난 8월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들이 모였다. 일곱 살 손자의 재롱 잔치가 벌어졌다. 손자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막춤을 추고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저녁 식사 후에도 손자의 재롱은 계속됐다. 그만하라고 말려도 지치지도 않았다.
그 때 인터폰이 울렸다. 아내가 전화를 받고 아연해했다. 아래층에서 소음 민원이 들어왔다는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곧바로 자리를 정리하고 손자를 재웠다.
“저는 할머니 집에 놀러 온 손자 태희입니다. 어젯밤에 늦게까지 뛰어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태희 올림”
다음 날 아침, 신문을 챙기러 현관문을 열자 손잡이에 편지와 빵이 든 봉지가 걸려 있었다.
“태희야, 안녕! 정말 반갑단다. 우린 1401호 아줌마, 아저씨란다. 과일 선물 너무 고맙게 잘 받았단다. 할머니 집에는 주말에 또 오는거니? 태희가 오는 날이면 밤 12시까지 뛰어도 이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것 같구나. 왜냐하면 네가 가져온 참외를 아저씨가 좋아했거든. 그래도 12시 후에는 자야한다. 그래야 키가 크거든. 마음 예쁜 태희 덕분에 우리도 한결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구나. 태희야! 고마워. 코로나19조심하구!”
감동을 받은 건 오히려 우리 부부였다. 언제 편한 시간에 맛있는 차 한잔 대접하고 싶다.
위 사례는 층간소음 해결은 감정적인 문제로 확대되기 전에 상호 노력하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례는 윗집이 먼저 사과의 마음을 전해 아랫집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을 잘 해결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를 해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윗집과 아랫집이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
첫째, 6개월을 이내에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둘째, 소음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서로의 노력을 인정한다.
셋째, 상호비방과 복수를 멈춘다.
넷째, 서로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다.
반면에 해서는 안 될 말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층간소음 분쟁에 대단히 적합한 속담입니다. 서로 해서는 안 될 말이지만 실제로는 현장에서 많이들 하고 있는 말들을 정리해봅니다.
<아랫집에 상처가 되는 말>
“당신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에요?”
“다들 참고 사는데 당신만 유별나게 왜 그래요.”
“그렇게 시끄러우면 귀마개를 하고 사세요.”
“이보다 더 어떻게 조용히 걸어? 공중부양이라도 해야 하남?”
“자꾸 초인종 누르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아가씨는 애가 없어서 그래요. 애 낳고 키워봐요.”
“그렇게 시끄러우면 당신이 이사 가면 될 거 아니야.”
<윗집에게 상처가 되는 말>
“맘충들은 부끄러운 걸 모른다니까. 애들 교육 참 잘 시켰네.”
“이 뻔뻔하고 악마 같은 소음충들아! 죽어버려라!”
“경찰에 신고해서 콩밥 먹게 할 거야.”
“당신 같은 사람은 아파트에 살면 안 돼.”
차상곤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황소북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