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농구대표’ 용산고 여준석
고교 농구 무대를 평정하고 성인 남자 농구 대표팀에 뽑혀 데뷔전을 치른 ‘괴물’ 여준석이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농구의 방향을 찾았다는 여준석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고 체육관에서 더 높은 수준의 농구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덩크슛을 시도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금 나사가 풀려 있는데요. ‘나를 바꾸자’는 마인드로 정신 차리고 있어요.”
고교 농구 무대를 완전히 접수하고 올해 성인 남자 농구 대표팀에 처음으로 뽑힌 초특급 유망주 용산고의 여준석(19·203cm). 남자 농구 10년을 짊어질 괴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 중이다.
6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과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선 여준석은 다른 팀들에 ‘사기 캐릭터’였다. 고무공 같은 탄력으로 솟구쳐 오르며 덩크슛을 거침없이 꽂았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리투아니아의 도만타스 사보니스(211cm·인디애나)를 풋워크로 속이고 ‘페이더웨이’ 슛을 넣었다. FIBA 19세 이하(U-19) 농구 월드컵에서는 전체 득점 1위, 리바운드 2위의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미국 언론과 NBA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흔한 립서비스 이상이었다.
“대표팀 연습에서 형들한테 ‘참교육’을 당했어요. 강상재 형(상무)한테 두 번 블록을 당하고, 이승현 형(오리온)을 막는데 슛을 다 넣고, 라건아 형(KCC)은 공격에서 저를 갖고 놀고…. 눈물 날 뻔했어요.”
대표팀을 겪지 않았다면 큰 성장통을 겪을 뻔했다는 그는 “대표팀에서 앞으로 해야 할 농구의 방향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준석은 3번 스몰포워드로 성장하고 있다. 여준석의 롤모델은 카와이 레너드(201cm·LA 클리퍼스)다. 수비로 주가를 올리기 시작해 공격력까지 탑재한 NBA 최고 스몰포워드다.
“대표팀에서 제가 수비하는 영상을 봤는데 의지가 안 보이더라고요. 먼저 치열할 정도로 수비를 잘하고 싶고 꼬박꼬박 득점도 넣고 싶어요.” 다양한 조합의 수비가 붙는 스몰포워드 특성상 슛의 정확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연습의 80%는 슛이다.
“대표팀에서 (이)승현이 형이 스크린을 해줄 때 수비가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노마크 상황에서는 거의 넣어야겠다는 집중력과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용산고 이세범 코치는 “슛을 하기 전 어디까지 움직이고 힘을 쓸 건지 미리 예측해야 한다. 디테일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고 조언했다.
“U-19 월드컵 프랑스전(48-117·패) 때 상대 에이스가 ‘너 코리아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냐’고 말을 걸더라고요. 무시하는 것 같아 얄미웠어요. 다시 붙으면 두려울 게 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여준석은 졸업 후 대학으로 간다. 연세대, 고려대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숙고 끝에 결정할 예정이다. 대학에서 큰 무대로 어려운 도전을 할 계획이다.
“무조건 미국에 간다는 건 아니지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싶어요. 부딪쳐 보고 싶습니다. 요즘 김연경 선수님, 손흥민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더라고요. 뭔가 목표와 대상을 정해놓지 않고 저만이 가는 길에 대해 살짝 인정을 받고 싶어요.”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여준석은…△생년월일: 2002년 3월 19일 △출신교: 서울 가주초-삼일중-용산중-용산고 3학년 △신체조건: 203cm(윙스팬 207cm), 97kg △점프: 83.7cm(서전트), 94cm(러닝) △포지션: 스몰포워드 △별명: 괴물, 여강준(배우 서강준을 닮아 붙음) △주특기: 윈드밀 덩크슛(점프해서 공을 한 바퀴 돌리고 림에 내리꽂는 덩크슛) △경력: 2021 아시아컵 국가대표,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국가대표, 2021 U-19 농구월드컵 대표 △2021년 수상 기록: 춘계 전국중고연맹전 최우수선수(MVP), U-19 농구월드컵 득점 1위(25.6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