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환 포스텍 총장 인터뷰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며 글로벌 대학들과 캠퍼스를 공유하자는 ‘캠퍼스 셰어링’을 제안했다. 포스텍 제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함께 놀고 ‘메타버시티’(3차원 가상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게 될 겁니다.”
지난달 25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캠퍼스에서 만난 김무환 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위드(with) 코로나’가 되더라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 방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9월 취임한 김 총장은 코로나19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의 역할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메타버시티’를 기치로 내걸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활용할 수 있는 강의실을 올해 초 구축했다. 신입생 320명 전원에게 VR 기기를 지급하고, 4월부터 일반물리실험은 VR로 진행하고 있다. 메타버시티는 대학 캠퍼스를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로 확장한다는 의미로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대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총장은 ‘같이 놀’ 수단으로 e스포츠를 내세웠다. 올해 포스텍 상담센터가 학생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두려움은 줄었지만 우울감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장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코로나19로 같이 즐기는 문화가 실종됐다”며 “온라인 가상공간에선 전 세계 대학의 5만 명이 e스포츠를 통해 만나는 ‘e스포츠 바 콜로세움’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스포츠를 통한 만남이 국내외 연구 협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그는 포럼에서 국경과 대학의 장벽을 허물고 대학끼리 캠퍼스를 공유하자는 ‘캠퍼스 셰어링’도 제안했다. 메타버시티를 글로벌 대학으로 확장한 셈이다. 홍콩, 호주 대학 총장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총장은 “예를 들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연구실 인턴을 하면서 포스텍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으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꼭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립 35주년을 맞은 포스텍은 한동안 연구 역량 정체라는 성장통을 겪었다. 설립 초기 부임한 교수들이 은퇴하고 신진 교수들이 부임하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기에 대외 평가지표가 하락하는 등 예전의 명성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총장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유도하고 50주년이 되는 15년 뒤 포스텍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도록 토대를 다져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총장은 포스텍의 미래 핵심 역량을 인공지능(AI)과 바이오로 정하고 이 분야 교수를 각각 100명가량 충원했다. 바이오 분야를 의과학으로 확대하고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2023년 의과학대학원 설립에도 시동을 걸었다. 학교 차원에서 3년간 아무 조건 없이 연구비 3억 원을 지원하는 ‘차세대 리더 연구자 지원 사업’도 시작했다. 국종성 환경공학과 교수, 김철홍 IT융합공학과 교수,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등 3명이 스타트를 끊었다.
포항=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