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 두달 연속 연중 최고 5개월째 2%대… 4년만에 처음 집세 1.6%↑, 4년來 최대폭 올라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 올랐다. 7월(2.6%)에 이어 다시 연중 최고치로 상승한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다섯 달째 2%를 넘은 건 2017년 1∼5월 이후 4년 만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강세가 지속되는 등 공급 측 요인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농축수산물은 여름철 폭염이 이어지며 전년 동월 대비 7.8% 올랐다. 품목별로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영향 등으로 달걀이 54.6% 상승했다. 수박(38.1%), 시금치(35.5%), 고춧가루(26.1%), 돼지고기(11.0%) 등도 크게 올랐다. 정부는 이달 수입란 1억 개를 공급하고 소·돼지고기 출하시기를 조정하는 등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7일부터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 원씩 주는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이 11조 원 풀리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값 역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아파트 주간 매매가는 0.31% 올랐다. 2012년 5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달걀 55%↑ 휘발유 21%↑ 전세 2.2%↑… 재난금 풀리면 더 뛸 우려
○ “물가 더 오르기 전 추석용품 사서 얼려두자”
공업제품 물가도 뛰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2012년 5월(3.5%)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원료가 되는 휘발유(20.8%) 등 석유류(21.6%) 같은 원자재, 곡물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월세와 전세는 각각 0.9%, 2.2% 상승했다. 월세는 2014년 7월(0.9%)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 9년 만에 ‘연 2%대 물가 시대’ 맞나
물가 상승률은 정부의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다. 정부는 6월 말 발표한 ‘하반기(7∼12월) 경제정책 방향’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물가 상승에 국민들의 실제 호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올해 2분기(4∼6월)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분기(―2.0%)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서민들 지갑 사정이 더 팍팍해진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 있다. 7일부터 풀리는 11조 원 규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지원금 재원인 추가경정예산의 집행이 물가 상승 압력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를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수요 억제만 될 뿐 공급을 억제해 물가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