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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융권 대출 죄는 금감원, 사내대출은 5년간 472억 펑펑

입력 | 2021-09-03 03:00:00

금융사서 받은 분담금 재원으로 1인당 최대 9000만원까지 대출
공공기관 사내대출 규제선 빠져… 기금 바닥나자 일부 사내대출 중단



동아일보 DB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대출 조이기에 나선 금융감독원이 직원들에게 1인당 최대 9000만 원의 저금리 대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이런 식으로 472억 원의 대출이 나갔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사내대출에 제동을 걸었지만 반민반관(半民半官)의 금감원은 대상에서 빠져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2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직원들에게 총 472억 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들에게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통해 1인당 최대 9000만 원까지 주택구입자금과 생활안정자금 용도로 돈을 빌려준 것이다.

금감원의 근로복지기금은 자체 이익금이 아니라 금융회사들이 내는 출연 분담금에서 나온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세전 순이익의 5%까지 출연해 근로복지기금으로 활용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사들이 출연한 돈으로 직원들에게 2%대 초반의 특혜 대출을 해준 셈”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금감원이 금융사에는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고 압박하면서 정작 사내대출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금감원은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지난해 주택자금용 사내대출을 중단했다. 올 들어서는 생활안정자금 용도로만 6000만 원 한도로 대출을 해주다가 1∼4월에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금리가 2%대 초반인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사용처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주택 구입에 쓸 수 있는 데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받지 않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는 금감원이 사내대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근로복지기금 고갈은 구조적 문제”라며 “금융위원회가 2016년 이후 출연을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사내대출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3일부터 공공기관 사내대출에도 LTV 규제를 적용하고 대출 자격도 ‘무주택자가 85m²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로 제한한다. 대출 한도도 주택자금 7000만 원, 생활안정자금 2000만 원으로 줄인다. 하지만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금융권에 대한 감독·검사권을 행사하는 공적 업무를 맡고 있으니 사내대출 관련 내부 규율을 강화하는 솔선수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