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 이후 ‘사법제도 개혁 실무준비단’에 소속됐던 현직 부장판사가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에 대해 “무서운 발상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공개 저격했다. 이 의원이 신규 판사 선발에 대해 “필기시험을 없애고 법원이 아니라 국회 ,정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연합해서 판사를 뽑아야 한다”며 이른바 ‘김앤장 판사 독식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을 겨냥한 것이다.
4일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42·사법연수원 34기)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심지어 어떤 분은 지금처럼 사법부가 시험, 면접 등의 절차를 통해 판사를 뽑게 하지 말고, 국회와 시민사회가 시험 없이 지원자들을 헤아려서 뽑자는 주장까지 했다”며 “그럴싸해 보일 수 있지만, 참 무서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을 맡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회에서 시험이라는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중립적으로 판사를 뽑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설마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서 각자 성향에 맞는 판사를 선발할 권한을 나누어가지자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적 다수파가 사법부 판사를 뽑고 판사 교육도 담당하는 것을 ‘민주개혁’의 이름으로 추진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역사의 교훈은 적지 않다”며 “수권세력이 되고 국정에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든 현실적인 한계를 외면하고 실현불가능한 선명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용기도 아니고 부지런한 것도 아니며 의롭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도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30, 40대의 젊은 판사들이 가정을 포기하고 야근해서 재판하며 처리해내고 있는 현재의 사건수를 (10년 이상 경력을 채우고 판사가 되어) 체력이 떨어진 40, 50대 판사들이 똑같이 처리하려면, 판사 수도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법안을 부결시킨 분들은 선악의 싸움에 구구절절한 (판사 부족 사태 등) 현실의 이야기들이 끼어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선악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반개혁세력’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올 4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과도한 사건 수로 인해 5분 재판을 하게 된다”며 ‘법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다.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