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지원으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연임을 포기한 가운데 이달 29일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현재로선 압도적인 1위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원 수 96명)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아베 전 총리는 “이념이 유사하다”며 다카이치 전 총무상(무파벌)을 지원키로 했다. 총재 선거에 출마하려면 추천인 20명을 모아야 한다. 아베의 지원으로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호소다파에서 추천인 20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소다파 출신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조회장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당초 호소다파 소속이었다가 탈퇴한 경력이 있어 호소다파 의원들이 전적으로 다카이치 전 총무상에게 표를 줄 지는 불확실하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아베 전 총리와 함께 자민당 내 의원 모임인 ‘보수 단결의 모임’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3일 밤 위성방송 BS후지 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책과 관계없이 지금까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해왔다. 결코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도 계속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담화를 수정할 것을 주장했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에 대해서도 “사실에 근거한 새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때는 자민당 주요 파벌이 일찌감치 스가 총리 지지를 표명해 판세가 초반에 굳어졌다. 올해는 절대 강자 없이 후보들이 난립하는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자민당 내 7개 파벌 수장의 힘이 약해졌다는 특징도 보이고 있다. 10, 11월 경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기반이 약한 젊은 의원들이 파벌 수장이 지시하는 후보가 아니라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줄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분위기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