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써 있는 리사 게싱의 띄. 지바=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사 그엣싱, 관장님 몸메 크눗첸, 태권도라이프아카데미’
3일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태권도 여자 58㎏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리사 게싱(43·덴마크)의 도복 검은 띠엔 노란색 실로 새긴 한글이 또렷하다.
게싱은 자타공인 여자 장애인 태권도 레전드 선수다. 남편 크리스티안은 덴마크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두 딸도 핸드볼 선수인 스포츠 가족이기도 하다.
장애를 얻게 된 게싱은 태권도를 통해 다시 일어섰다. 2015년 1월 태권도가 도쿄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게싱은 6년 반의 기나긴 시간을 태권도 수련에 바쳤다.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여자 58kg급 금메달을 딴 리사 게싱. 지바=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변은 없었다. 게싱은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베스 먼로(33·영국)를 32-14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따낸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게싱은 “내가 수려한 도장 관장님이 만들어주신 띠다. 태권도라이프아카데미는 우리 태권도 재단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대회 4회 우승(2013~2015,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 3회 우승(2016, 2018~2019년)을 차지한 그에게도 사상 첫 패럴림픽 금메달 획득 순간은 특별했다.
이어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고, 팀과 감독님 모두 함께 열심히 노력했다. 이 금메달은 그 희생과 노력의 보상이다. 우리 가족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면서 활짝 웃었다.
올림픽 금메달 꿈을 패럴림픽에서 이룬 그에게 태권도는 어떤 의미일까.
게싱은 “내게 태권도는 최고의 치료(therapy)다. 어느 날 암에 걸렸고 한손을 잃었다. 태권도를 통해 밖에 나가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었고 태권도를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태권도는 내 병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최고의 치료제가 됐다”고 답했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