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WH2-WH1 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는 김정준, 이동섭(왼쪽부터).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 ‘환상의 복식조’ 김정준(43·울산 중구청·WH2)과 이동섭(50·제주도·WH1)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가족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애인 배드민턴은 이번 도쿄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WH는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치르는 등급으로 WH1(중증)과 WH12(경증)으로 나뉜다.
김정준-이동섭 조는 5일 일본 도쿄 요요기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복식 WH2-WH1 결승전에서 중국 대표 마이젠펑(32)-취쯔모(20) 조에게 0-2(14-21, 10-21) 패했다. 김정준은 앞서 열린 단식 결승전 때도 가지와라 다이키(20·일본)에게 0-2(18-21, 19-2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간판 김정준.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복식 결승전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정준, 이동섭은 “아쉽지만 홀가분하다”면서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종목이 된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딸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각오뿐”이라고 말했다.
‘소문난 딸 바보’ 김정준은 “딸들에게 금메달을 따간다고 약속했는데 ‘아빠 은메달 2개 땄다. 많이 좀 봐주라’”며 웃었다.
“두 딸에게 하나씩 은메달을 나눠줄 생각”이라던 김정준은 “아내가 패럴림픽 훈련 기간 내내 혼자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간판 이동섭.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랭킹 1위 조’에 대해 견제가 심하고, 전력도 노출이 많이 된 탓에 금메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이 많이 노출됐다. 다른 나라 기량이 많이 올라왔고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당히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이동섭은 “상대는 10~30대인데 나는 쉰 살이 넘었다. 김정준 선수도 벌써 40대 중반을 바라본다. 체력적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이 훨씬 좋았고 스포츠 등급 면에서도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내년 항저우아시안경기와 3년 뒤 열릴 파리 패럴림픽을 이야기를 꺼내자 이들의 눈빛이 다시 빛났다. 결승에서 만난 중국 조를 또 만날 가능성에 대해 두 선수는 “100%”라고 답했다. 김정준은 “오늘은 아쉽게 졌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대결에선 반드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설욕 의지를 다졌다.
자원봉사자 팬이 건넨 신문 스크랩을 들고 있는 김정준.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경기 후 김정준의 손엔 일본 자원봉사자 팬이 선물한 아사히신문 기사 스크랩이 들려 있었다. 2005년 사고 이후 2년 만인 2007년 재활 치료로 배드민턴을 시작한 김정준은 2013~2019년까지 세계선수권 우승을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장애인 배드민턴 최고 스타다.
전날 세계선수권 메달 총 20개(금 14개·은 6개)를 자랑하는 ‘레전드’ 이삼섭(51·제주도)도 남자 단식 WH1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은 3개, 동 1개로 마무리했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