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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복식조’ 김정준·이동섭 은메달…“전력 많이 노출됐다”

입력 | 2021-09-05 18:55:00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복식 WH2-WH1 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는 김정준, 이동섭(왼쪽부터).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 ‘환상의 복식조’ 김정준(43·울산 중구청·WH2)과 이동섭(50·제주도·WH1)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가족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애인 배드민턴은 이번 도쿄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WH는 휠체어를 타고 경기를 치르는 등급으로 WH1(중증)과 WH12(경증)으로 나뉜다.

세계선수권 대회 4연패에 빛나는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김정준은 단· 복식 모두 결승에 올라 ‘금빛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은메달 2개였다.

김정준-이동섭 조는 5일 일본 도쿄 요요기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복식 WH2-WH1 결승전에서 중국 대표 마이젠펑(32)-취쯔모(20) 조에게 0-2(14-21, 10-21) 패했다. 김정준은 앞서 열린 단식 결승전 때도 가지와라 다이키(20·일본)에게 0-2(18-21, 19-2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간판 김정준.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복식 결승전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정준, 이동섭은 “아쉽지만 홀가분하다”면서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종목이 된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딸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각오뿐”이라고 말했다.

‘소문난 딸 바보’ 김정준은 “딸들에게 금메달을 따간다고 약속했는데 ‘아빠 은메달 2개 땄다. 많이 좀 봐주라’”며 웃었다.

“두 딸에게 하나씩 은메달을 나눠줄 생각”이라던 김정준은 “아내가 패럴림픽 훈련 기간 내내 혼자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날 WH1 단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동섭 역시 “아내와 아들, 딸을 못 본 지 한 달이 넘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간판 이동섭.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랭킹 1위 조’에 대해 견제가 심하고, 전력도 노출이 많이 된 탓에 금메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이 많이 노출됐다. 다른 나라 기량이 많이 올라왔고 세계적으로 전력이 상당히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이동섭은 “상대는 10~30대인데 나는 쉰 살이 넘었다. 김정준 선수도 벌써 40대 중반을 바라본다. 체력적으로 다른 나라 선수들이 훨씬 좋았고 스포츠 등급 면에서도 불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내년 항저우아시안경기와 3년 뒤 열릴 파리 패럴림픽을 이야기를 꺼내자 이들의 눈빛이 다시 빛났다. 결승에서 만난 중국 조를 또 만날 가능성에 대해 두 선수는 “100%”라고 답했다. 김정준은 “오늘은 아쉽게 졌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대결에선 반드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설욕 의지를 다졌다.

자원봉사자 팬이 건넨 신문 스크랩을 들고 있는 김정준.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경기 후 김정준의 손엔 일본 자원봉사자 팬이 선물한 아사히신문 기사 스크랩이 들려 있었다. 2005년 사고 이후 2년 만인 2007년 재활 치료로 배드민턴을 시작한 김정준은 2013~2019년까지 세계선수권 우승을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장애인 배드민턴 최고 스타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장면에 이동섭은 “어느 나라에 가든 우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전날 세계선수권 메달 총 20개(금 14개·은 6개)를 자랑하는 ‘레전드’ 이삼섭(51·제주도)도 남자 단식 WH1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은 3개, 동 1개로 마무리했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