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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16일 코스피 상장 앞둔 현대중공업, 장기 불황 극복하고 재도약

입력 | 2021-09-06 03:00:00

머스크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 등
선박 수주 급증하며 제2의 호황기
단체교섭 타결 등 노사관계도 훈풍
물량 소화 위해 고용도 대폭 늘릴 듯



현대중공업이 10여 년간의 조선업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올 들어 선박 건조 수주량이 급증하면서 호황기를 맞고 있다. 16일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기업설명회를 갖고 “세계 1위 조선소로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을 천명했다. 사진은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현대중공업 제공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본관 앞에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수령 300년이 넘는 이 소나무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1년 그리스 선박 회사인 리바노스(Livanos)사 사주에게 “조선소가 들어설 곳”이라며 보여준 울산 미포만 사진에도 나온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이 사진과 함께 영국 조선소에서 빌린 유조선 설계도면, 거북선이 새겨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설득해 26만 t급 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때부터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해 공장을 짓고 한편에서는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1974년 6월 28일, 드디어 리바노스사에서 수주한 유조선 명명식이 열렸다. 명명식 사진은 중고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한국 경제 발전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꼽혀온 현대중공업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조선업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올 들어 선박 수주가 급증하면서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8월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로부터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 계약식에는 노조 대표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경근 지부장도 참석했다. 조 지부장은 “노동조합도 안전과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무결점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주사에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 컨테이너선 8척을 포함해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8월까지 총 65척, 88억 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올해 현대중공업 조선 수주 목표의 122%에 이른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 누계 선박 발주량은 2970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의 949만 CGT보다 213% 증가했다. 한국은 이 중 1276만 CGT(43%)를 수주해 2008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조선업 호황은 전방산업인 해운업 호황과 관련이 깊다. 대표적인 컨테이너선운임 지표인 상하이발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월 27일 기준 4,385.62포인트로 16주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운 운임 강세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 또 지난 수년간의 선박 발주 감소에 따른 선박 부족과 주요 항만의 적체 현상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수주 회복과 함께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 분할을 놓고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등 갈등을 겪었으나 올 7월에 2019, 2020년 2년 치 단체교섭을 타결하며 대전환을 맞았다. 교섭 타결 직후 노사가 함께 ‘조선 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 선언’ 선포식을, 8월에는 ‘노사 공동 안전결의대회’를 열었다.

고용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울산지역 조선업계에 5000여 명의 기술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주 52시간제로 연장근로와 특근이 제한되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해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6일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2일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친환경 선박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제적 투자 통한 초격차 달성’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한영석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업과 엔진사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친환경 미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난 50년에 이어 다가올 50년에도 조선업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동구 전하동 일대 635만 m²에 10개의 선박 건조 독을 갖춰 국내 조선업체 중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8조3102억 원에 영업이익은 325억 원, 수주는 53억600만 달러였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