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20주년] 11일 뉴욕서 ‘희생 가족 호명’ 추도식
2001년 9월 11일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2주에 걸친 그의 여정에는 동행자가 있다. 20년 전 그날, 그라운드제로에서 31세 소방관 남편을 잃은 중년 여성 데니스 올슨 씨다. 남편 사진을 배낭에 매달고 이 길을 걷는 올슨 씨는 지역 언론에 “가끔은 그 사건이 전생(前生)이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바로 어제 일 같기도 하다”며 “남편은 유머감각도 있고 책임감도 강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17세 고교생 에즈라 릭터도 이 여정에 합류했다. 두 사람이 중간에 묵었던 에어비앤비의 가족이었던 릭터는 “내가 태어나기 전 벌어진 비극을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었다”며 동참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20년 전 첫 번째 비행기가 WTC를 강타한 이달 11일 오전 8시 46분에 끝난다. 각지에서 답지하는 성금은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된 미군 13명의 가족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올해 9·11테러 20주년을 맞아 캘리포니아 출신 소방관 10명은 지난달 1일부터 자전거를 타고 샌타클래라에서 출발해 뉴욕까지 가는 40일간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국방부 페이스북
20년 전 비행기 승무원으로 여러 동료의 죽음을 지켜봤던 폴 베네토 씨는 지난달 21일부터 기내 음료카트를 밀면서 보스턴 공항에서 뉴욕 그라운드제로까지 이동하고 있다. 보스턴=AP 뉴시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9·11 공식 행사도 우울하고 위축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올해는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대부분 정상적으로 열릴 계획이다. 11일 그라운드제로에서 진행되는 추모식에서도 올해는 유족들이 직접 돌아가면서 희생된 가족 2983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그라운드제로와 워싱턴 인근 국방부,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등 9·11테러 관련 장소 3곳을 모두 방문한다. 이 자리에는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함께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