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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일본도’에 숨진 아내, 마지막 말은 “우리 애들 어떡해”

입력 | 2021-09-06 11:48:00

장인 앞서 아내에 ‘장검’ 휘둘러 숨지게 한 B 씨(49)가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혼 소송 중인 아내에게 1m 길이의 ‘일본도(장검)’를 휘둘러 살해한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피해자가 평소에도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A 씨는 지난 5일 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일본도로 살해당한 아내의 친구예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 씨는 글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고등학교 절친”이라며 “최근까지도 만났던 친구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게 믿어지지 않는다. 가볍게 형량을 받고 끝나면 안 된다. 제 친구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친구(피해자)는 고등학교 친구 중 제일 먼저 시집을 갔다. 잘 살고 있고 사랑받고 있는 줄 알았다”며 “어느 순간 5년 정도 연락이 끊겼다가 작년에 다시 연락하고 만났다. (피해자가) 그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너무 힘들었다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가해자인 남편 B 씨(49)로부터 모진 폭력을 당했다. B 씨는 아내의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감시하고, 집안 곳곳에는 음성 녹음기를 설치해뒀다. 차량 블랙박스도 수시로 확인하며 아내가 가족, 친구 등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자녀들 앞에서 아내를 마구 때리기도 했다.

A 씨는 “장검은 몇 번씩 꺼내서 죽인다고 위협할 때 썼다고 한다”며 “무서워서 치워놓으면 찾아다가 침대에 놔두고 그랬다고 한다. B 씨가 친구에게 ‘퇴근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친구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몸을 피한 후 이혼소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친구가 집을 나간 날 바로 카드를 정지했다. 아이들한테 돈이 없으면 기어 들어온다고 했다더라”며 “친구는 금전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양육비는 당연히 안 줬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친구가 도망치듯 몸만 빠져나와서 옷, 신발 등이 B 씨 집에 있었다”면서 “그러던 중 B 씨가 아이들한테 ‘옷 가져가라’는 연락을 했고, 사건 당일 친구가 아버지를 모시고 B 씨 집에 갔다. 당시 B 씨는 친구에게 ‘이혼 소송을 취하하라’고 했고 친구는 ‘이미 조정 날짜가 나왔고 거기에서 얘기해라, 취하 못 한다’며 거절한 후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그러자 B 씨는 ‘그럼 죽어’라며 안방에서 장도를 들고나와 친구를 찔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 아버지가 B 씨를 잡고 칼을 빼앗으려고 했는데도 친구에게 칼을 휘둘렀다. 칼을 끝까지 놓지 않아 친구 아버지가 넘어뜨려 제압한 후 친구에게 도망치라고 했으나 친구는 이미 피를 많이 흘리며 문도 못 열고 넘어졌다. 아버지는 친구를 안고 ‘신고를 했는데 널 살리진 못할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라’라고 했더니 친구는 ‘우리 아이들 어떡해’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숨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는 “친구 아버지는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계속 눈물만 흘리신다고 한다”며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내 친구의 명복을 빌어달라. 가해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치를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B 씨는 지난 3일 오후 2시경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 소지품 등 짐을 챙기러 온 아내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아내와 지난 5월부터 별거하며 이혼 소송을 벌여왔다.

서울남부지법(부장판사 김상규)은 B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 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