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된 여성 - 가족 제공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단체 탈레반이 임신 8개월째인 기혼 여성경찰을 남편과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구타한 끝에 사살했다고 영국 BBC 등이 5일 보도했다. 탈레반 측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탈레반의 공포통치 및 여성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4일 밤 아프간 중부 고르주의 주도(州都) 피로즈코의 교도소에서 일하는 여경 바누 네가르의 집에 아랍어를 하는 무장괴한 3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네가르의 가족을 묶은 후 네가르를 마구잡이로 구타하고 사살했다. 사살 및 구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네가르의 시신과 방 한구석의 벽에 피가 튀어 있는 사진을 BBC에 제공했다. BBC 측은 너무 잔인하다며 기사에 이 사진을 싣지 않았다.
탈레반은 4일 여대생의 복장 및 수업 관련 규제도 발표했다. 이제부터 아프간 여대생들은 이슬람 전통 복장 ‘니캅’과 ‘아바야’를 동시에 착용해야 한다. 아바야는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의 긴 통옷, 니캅은 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일종의 두건이다. 또 여대생은 여성 교수에게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남녀 대학생은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없으며 건물 출입구 또한 따로 써야 한다.
탈레반은 6일 반(反)탈레반 세력이 집결한 동부 판지시르주의 8개 구역을 점령하며 판지시르까지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판지시르의 영예로운 주민들은 어떤 차별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현지 매체는 주정부 청사에 탈레반기가 걸린 사진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암룰라 살레 전 부통령 등이 이끄는 저항세력 측은 “판지시르의 주요 거점을 아직 장악하고 있다. 탈레반과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