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상위 12%에 든다니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못 사는 나라였나요?”
경기 의정부시에서 영어 교습소를 운영하는 맞벌이 부부 조모 씨(31)는 6일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 조 씨는 “건강보험료를 근거로 한 지원금 기준이 직장가입자보다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한 것 같다”며 “소외계층에만 준다면 몰라도 88%라는 애매한 기준에 걸려 탈락하니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접수가 이날 시작되면서 탈락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소득 기준으로 선을 그어 국민 88%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경계선에 걸려 지원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탈락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 가구 인원별로 지급 기준이 달라 같은 직장에서도 월급이 더 낮은데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재난지원금은 가구원 수를 기준으로 지급 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는 1인 가구끼리 상위 12%를 선별하고 4인 가구는 4인 가구 중에서 소득 상위자를 배제하기 때문에 월급이 많아도 자녀가 많은 간부는 지원금을 받고 월급이 적지만 홀로 사는 젊은 직장인은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지원금 신청 첫날 지방자치단체로도 국민지원금 관련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부산에서만 6일 오후 2시까지 국민지원금 관련 문의전화가 600여 건 접수됐다. ‘자신이 세대주가 아닌 성인인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느냐’ ‘부모와 건강보험이 같이 돼 있지만 따로 사는 경우 지원금을 직접 받을 수 있느냐’는 등 지원금 수급 대상을 확인하거나 탈락 사유를 묻는 문의가 많았다. 전북 시군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 대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지원금 온라인 접수를 받는 첫날 신청자들이 폭주하면서 카드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접속이 한때 중단됐다. 정부는 접속 지연을 피하기 위해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5부제’ 신청 방식을 도입했는데도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상자 여부를 확인하거나 이의신청을 하려는 국민들은 전화 통화가 어려워 불편을 호소했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A 씨는 “국민신문고 상담사는 연결이 안됐고 이의신청을 문의하는 행정안전부 국민콜 110에서도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연결음만 나왔다”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면서 이를 악용한 스미싱 문자메시지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이버침해대응과 관계자는 “지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된 만큼 스미싱 문자가 퍼질 것을 고려해 감시 활동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3사의 협조를 통해 문자메시지 스미싱 범죄 유의를 당부하는 내용의 알림 문자를 이날부터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발송하기 시작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