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6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생활과 방역의 병행)’ 추진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4주 연장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불가피한 선택으로 고강도 방역조치를 연장하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한마음”이라며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등 앞으로 점점 더 정상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역체계의 점진적 전환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인구접종률과 성인접종률 2가지를 함께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구 대비 접종률이건 성인 접종률이건 어느 수치, 어느 기준점이 되면 어떤 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이런 기점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전환 기점은 재차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의 일부 발언도 논란을 불러왔다. 문 대통령은 “18세 이상 성인의 접종률이 70%에 다가가고 있고 접종 완료율도 40%를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백신 접종에서도 앞서가는 나라가 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볼 수 있는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기준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자가 1.55명으로 세계 1위였다”며 “백신 접종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자 순위는 집계 시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한국이 1위였던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게다가 주요 국가들은 이미 한국보다 접종률이 높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의 경우 희망자 접종이 대부분 이뤄졌고 백신 기피자에 대한 대한 접종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또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해 3차 또는 4차 추가 접종(부스터샷)까지 준비 중이다. 한국은 초기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접종 자체가 늦었고 잦은 수급 차질로 접종계획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접종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문 대통령의 설명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