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10%만 내고 10년간 임대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는 ‘누구나집’이 첫선을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인천과 경기 화성·의왕에 지을 누구나집 6000여 채의 사업자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존 분양전환형 임대와 다른 점은 분양가를 미리 정해놓는다는 점이다. 집값이 계속 올라 10년 뒤 시세가 분양가보다 높아야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다.
누구나집은 사업비에서 은행 대출과 정부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90%에 달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입주자는 분양을 포기하면 되지만 정부와 민간 사업자는 미분양 주택과 이자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제한된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하는 사업이어서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소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인 셈이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률이 약 5%가 되도록 분양가를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적자를 볼 수도 있다. 집값이 계속 올라야만 성공하는 모순적 사업 구조라고 봐야한다.수익성이 높지 않은 데다 불투명하고, 10년씩 걸리는 사업에 민간이 적극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각종 규제로 민간 공급을 억제하고 공공 주도를 고집해 왔다. 그 결과가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이다. 그런데도 공공 주도를 고집하며 누구나집 같은 보여주기식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누구나집은 민간 참여와 집값 상승 등 제약 조건이 많아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 주택 공급부터 활성화해야 한다.집값의 10%만 내고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는 ‘누구나집’ 6000여 채가 인천 검단신도시와 경기 의왕·화성 등 수도권에 들어선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취지지만 집값 하락 시 민간 건설사와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 구조여서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고 나랏빚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도시공사(iH)는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누구나집을 공급할 민간 사업자를 8일부터 15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누구나집은 인천 검단신도시 4225채, 경기 의왕 초평지구 951채, 화성 능동지구 899채가 지어진다.
누구나집은 올 6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청년, 신혼부부 등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제안한 모델이다.
입주자는 보증금 명목으로 분양가 10% 이상을 내고 시세 85∼95%의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다 10년 후 분양으로 전환해 집을 소유할 수 있다. 분양 전환 후 집값 상승분은 전액 입주자가 가져간다.
누구나집은 집값이 하락하면 입주자는 분양 전환을 포기하고 보증금은 전액 돌려받으면 된다. 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대부분은 민간 사업자와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집값이 올라야 입주자와 사업자가 이익을 보는 구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사업자 수익은 제한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 보전 방안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사업비 30% 이상을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조달하는 구조라 예산의 한계로 누구나집 공급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올 11월까지 누구나집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르면 2023년 입주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구체적인 입주자 선정 방식은 입주자 모집 시점에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