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中 투자 기업 실적 분석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국 30개 대기업이 중국에서 거둔 매출이 4년 새 7%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한령에 더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기업들이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덜 사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중국 투자 한국 기업들의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관련 자료를 공개한 30개 주요 대기업의 중국 매출은 2020년 117조1000억 원으로 2016년 매출(125조8000억 원) 대비 6.9% 줄었다.
전체 중국 진출 기업으로 확대하면 매출 감소 규모는 더 크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 등을 통해 추산한 결과, 전체 한국 기업의 중국법인 매출은 2016년 1870억 달러(약 225조 원)에서 2019년 1475억 달러(약 171조 원)로 21.1% 줄었다. 일본 기업들의 중국법인 전체 매출이 이 기간 1.1% 감소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에서 잘 팔렸던 효자 품목 상당수가 부진한 양상이다. 한국 브랜드 승용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7.7%에서 2020년(1∼9월 기준) 4.0%로 3.7%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일본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7.2%포인트 상승했다. 수입 화장품도 한국 브랜드 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이 이 기간 8.1%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화웨이, 샤오미 등에 밀리며 2016년 4.9%에서 지난해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 중국 수출은 2018년 대비 29.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한국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수출 타격을 입고, 사드 배치 논란에 따른 충격파가 수년간 이어지며 중국 시장 부진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을 정치권에서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반도체를 이을 수출 품목을 찾지 못했고, 25%에 달하는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 또한 여전하다는 점에서 한국 산업 경쟁력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에서 반중 동맹을 구축해 나가고 있어 미중 사이에 낀 한국으로선 정치외교 리스크가 더 커졌다. 이는 고스란히 대중 수출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