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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지도자 권력다툼… 카불서 총격전說

입력 | 2021-09-07 03:00:00

인도 매체 “2인자-연계조직 불화, 정부 구성 지연도 양측 갈등 때문”
“탈레반, 임신 여경 가족 앞에서 사살”
BBC 보도… 탈레반 “우리가 안 죽여”




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다시 점령한 탈레반과 그 연계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 사이에 권력 다툼이 벌어져 수도 카불에서 총격전이 발생했다는 설이 있다고 인도 ANI통신이 5일 보도했다.

ANI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현지 매체 ‘판지시르 옵서버’는 “(탈레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사진)와 하카니 네트워크 고위 인사 아나스 하카니에게 각각 충성하는 부대가 3일 밤 카불에서 싸움을 벌였다”며 “이날 총격전은 탈레반 고위 지도자들의 권력 다툼이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판지시르 옵서버는 바라다르가 다쳐 파키스탄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BBC는 그가 5일 카불에서 유엔 긴급구호조정관 등과 함께 사진 찍혔다고 보도했다.

바라다르는 탈레반이 새 정부를 출범하면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 아래서 내각 수반으로 정부를 이끌 인물로 지목돼 왔다. 하카니는 아프간 남동부에 기반을 둔 탈레반 연계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 창시자인 잘랄루딘 하카니의 아들이다. 둘은 카불 북부 판지시르주에서 탈레반에 맞서는 저항군 대응책을 두고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항군 측은 “우리가 탈레반 공격을 격퇴하자 하카니와 바라다르 사이에 갈등이 일었다”며 “바라다르는 자신의 대원들에게 저항군과 싸우지 말고 카불로 복귀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새 정부 구성과 출범이 늦어지는 것도 탈레반과 하카니 네트워크 간 갈등 탓이라는 설이 있다고 ANI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저항군이 집결한 판지시르주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6일 선언했다. 일부 현지 매체는 주정부 청사에 탈레반기가 걸린 사진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암룰라 살레 전 부통령 등이 이끄는 저항군은 “판지시르의 주요 거점을 아직 장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탈레반이 임신 8개월째인 기혼 여성 경찰을 남편과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구타한 끝에 사살했다고 영국 BBC 등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4일 밤 아프간 중부 고르주 주도(州都) 피로즈코의 교도소에서 일하는 여경 바누 네가르의 집에 아랍어를 하는 무장 괴한 3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가족들을 묶은 뒤 네가르를 마구잡이로 구타하고 죽였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이 네가르를 죽이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원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4일 여대생의 복장과 수업 관련 규제를 발표했다. 아프간 여대생들은 앞으로 이슬람 전통 복장 ‘니깝’과 ‘아바야’를 동시에 착용해야 한다. 아바야는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 니깝은 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일종의 두건이다. 또 여대생은 여성 교수에게서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남녀 대학생은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없고 건물 출입구도 따로 써야 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