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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노조원 가슴 차고…송장 뒤집고…택배노조의 횡포

입력 | 2021-09-07 11:22:00


택배노조 간부가 비노조원을 폭행하고,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비노조원의 택배 분류 및 배송 업무를 방해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공개됐다.



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 집행부의 비노조원 폭행’이라는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영상에서는 붉은 머리띠를 두른 한 남성이 컨베이어 작업대 맞은편에 서 있던 택배사 유니폼을 입은 남성에게 뭔가를 던졌다. 이후 머리띠를 두른 남성은 곧 바로 컨베이어 작업대로 뛰어 올라가 상대방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발에 차인 남성은 폐쇄회로(CC)TV 화면 밖으로 벗어날 정도로 뒤로 나자빠졌다. 이후에도 머리띠를 두른 남성은 발로 찬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이 영상 속 사건은 2019년 4월에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 최근 택배기사들 사이에서 택배 노조가 폭행을 저지르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돌고 있다. 이 영상은 택배기사 권리찾기 전국 모임이라는 소셜네트워크(SNS) 게시판 글에 처음 올라왔다. 현재는 운영진으로부터 삭제를 당한 상태다.

게시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해볼까 하는데요. 노동조합 가입하면 터미널에서 폭행해도 되나요?”라고 올렸다. 그러자 댓글에는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익명의 사람들이 오히려 게시자와 게시물을 향해 조롱, 비아냥격 댓글을 달았다. 한 노조원은 “당신 얼굴이나 폭행해요”라고 달았고, “살다보면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는 게 세상. 그래서 경찰도 있고 검찰도 있고 법원도 있는거지. 하지만 이유없이 때리진 않죠. 정신 차리자 제 정신 차리시오”라는 댓글도 달렸다.

영상 속 사건은 경기 성남시 한 택배 현장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머리띠를 두른 남성은 전 택배노조 부위원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영상과 관련해 택배노조 측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택배 업계 관계자는 “택배 터미널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는데, 이에 항의하던 비노조 기사를 폭행한 것”이라며 “폭행을 당한 비노조 기사가 화가 나서 대응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택배노조원이 다쳤다. 그런데 다친 택배노조원이 합의 조건으로 노조에 가입을 하라고 해서, 영상 속 피해자도 지금 택배노조원으로 돼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택배현장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과의 다툼은 비일비재 하다고 말한다. 본보가 입수한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한 노조원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택배 송장(주소 등이 적인 표지)을 보더니 택배 송장이 아래로 향하게 택배 상자를 뒤집고 있었다. 몇 분 동안 계속 택배를 뒤집자 컨베이어 벨트가 멈췄고, 컨베이어 작업대 뒷쪽에서 일하고 있던 택배 종사자들과 노조원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말다툼은 곧 바로 집단 싸움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택배 노조원이 비노조원의 얼굴 부위를 가격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택배 기사 A씨는 “택배 노조원이 노조 가입을 안 한다는 등의 이유로 비노조원이 챙겨야 할 물건의 송장을 안 보이도록 뒤집어서 배송을 방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기사들은 송장을 보고서 자기 지역 물건을 분류해야 하는데 노조원들이 송장을 뒤집어 버려서 배송을 방해하고, 배송 실수를 유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노조원들이 교묘하게 비노조원을 괴롭히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참다못한 비노조원들이 항의를 하거나 몸싸움까지 이어지면 그걸 빌미로 형사 민사 소송을 걸거나, 노조 가입을 유도 한다. 어떻게 보면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