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간부가 비노조원을 폭행하고,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비노조원의 택배 분류 및 배송 업무를 방해하면서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공개됐다.
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 집행부의 비노조원 폭행’이라는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영상에서는 붉은 머리띠를 두른 한 남성이 컨베이어 작업대 맞은편에 서 있던 택배사 유니폼을 입은 남성에게 뭔가를 던졌다. 이후 머리띠를 두른 남성은 곧 바로 컨베이어 작업대로 뛰어 올라가 상대방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발에 차인 남성은 폐쇄회로(CC)TV 화면 밖으로 벗어날 정도로 뒤로 나자빠졌다. 이후에도 머리띠를 두른 남성은 발로 찬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게시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해볼까 하는데요. 노동조합 가입하면 터미널에서 폭행해도 되나요?”라고 올렸다. 그러자 댓글에는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익명의 사람들이 오히려 게시자와 게시물을 향해 조롱, 비아냥격 댓글을 달았다. 한 노조원은 “당신 얼굴이나 폭행해요”라고 달았고, “살다보면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는 게 세상. 그래서 경찰도 있고 검찰도 있고 법원도 있는거지. 하지만 이유없이 때리진 않죠. 정신 차리자 제 정신 차리시오”라는 댓글도 달렸다.
영상 속 사건은 경기 성남시 한 택배 현장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머리띠를 두른 남성은 전 택배노조 부위원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영상과 관련해 택배노조 측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택배 업계 관계자는 “택배 터미널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는데, 이에 항의하던 비노조 기사를 폭행한 것”이라며 “폭행을 당한 비노조 기사가 화가 나서 대응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택배노조원이 다쳤다. 그런데 다친 택배노조원이 합의 조건으로 노조에 가입을 하라고 해서, 영상 속 피해자도 지금 택배노조원으로 돼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택배현장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과의 다툼은 비일비재 하다고 말한다. 본보가 입수한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한 노조원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택배 송장(주소 등이 적인 표지)을 보더니 택배 송장이 아래로 향하게 택배 상자를 뒤집고 있었다. 몇 분 동안 계속 택배를 뒤집자 컨베이어 벨트가 멈췄고, 컨베이어 작업대 뒷쪽에서 일하고 있던 택배 종사자들과 노조원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말다툼은 곧 바로 집단 싸움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택배 노조원이 비노조원의 얼굴 부위를 가격하기도 했다.
A씨는 “노조원들이 교묘하게 비노조원을 괴롭히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참다못한 비노조원들이 항의를 하거나 몸싸움까지 이어지면 그걸 빌미로 형사 민사 소송을 걸거나, 노조 가입을 유도 한다. 어떻게 보면 전략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