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명예훼손 고소권자 고발 사주해도 법적 문제 없지만 실제 고발도 없어 사주도 의문 정작 고발은 反윤석열 측이 해
송평인 논설위원
이른바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되던 날 뉴스버스라는 인터넷 매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런 생소한 매체가 쓴 기사를 어떻게 바로 알았는지 그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쪽 사람들이 벌 떼처럼 윤석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윤석열 고발 사주’는 도대체 무슨 죄가 되는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당시 최강욱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건은 거론되지 않았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밝혔듯이 그 고발 건은 김 의원이 먼저 문제로 의식하고 고발장인지 초안인지 메모인지를 작성했다고 하니까 일단 사주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제쳐 두자.
‘윤석열 고발 사주’에 관련된 의혹은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측근의 이른바 ‘검언(檢言) 유착’ 의혹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윤석열과 부인, 윤석열과 측근의 명예가 훼손된다. 고소할 권리가 윤석열에게 있다. 자신이 고소할 권리를 갖고 있는 사안을 다른 누구로 하여금 고발하게 하는 건 그 자체로는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윤석열이 당시 부하인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을 시켜 고발하게 했다면 검찰총장 권한의 사유화(私有化), 즉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처신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은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후 직권남용죄로 고발됐지만 그의 고발 사주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권한 밖의 일을 시킨 것이기 때문에 국정농단 심판에서 확실해진 대법원 논리에 따르면 ‘권한 내의 일에서 권한을 남용하는’ 직권남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윤석열이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했는지조차도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나서 판단할 일이다.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힌 파일 사진들이 공개됐다. 뉴스버스에의 제보자로 지목된 사람이 국민의힘에 있다가 다른 당 후보의 캠프로 간 데다 과거 조작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전달한 적이 있다고 하니 그 사진들을 일단은 믿지 않을 수 없다.
사진에 담긴 자료가 수사정보 등 기밀을 유출한 것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 윤석열이나 손 검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자료를 보낸 것이 김 의원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손 검사가 부탁한 것인지가 ‘윤석열 고발 사주’를 따지는 데 중요하다. 김 의원은 최강욱 고발과 관련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딸려와 전달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 말을 믿는다 하더라도 손 검사의 능동적 부탁이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사 큰 틀을 먼저 본 뒤 세세한 것을 따져야 한다. 당시 국민의힘에 의한 고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에게 고소할 정당한 권리가 있는 사안을 고발로 대신하는 것에 ‘사주’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지나치지만 그런 프레임마저도 최소한 고발이 실제 이뤄졌을 때나 씌울 수 있다. 윤석열이 정말 고발을 사주해 수사할 의지가 있었다면 고발 미수가 되도록 내버려뒀겠냐는 의문이 든다. 두 사건 다 윤석열과 무관하게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최강욱의 고발로 결국 수사가 이뤄졌다. ‘검언유착’은 1심에서 무죄가 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검찰이 새로 수사 중이지만 과거 금융감독원과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된 바 있다.
민주당에서 어제 이해찬까지 나서 ‘국기 문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총선 전에 제보받은 내용 중 하나라고 넌지시 언급했다. 당시 민주당이 받은 제보와 뉴스버스가 받은 제보가 같은 것이라면 제보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