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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창덕]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 규제부터 규제하라

입력 | 2021-09-08 03:00:00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동이 트기 전 꼭두새벽, 잠옷 바람으로 문 앞 택배상자를 픽업하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간편식, 반찬, 생수, 책 등 품목도 다양하다. 새벽의 손님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빼놓기 힘든 존재가 됐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업계에서 작지만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작년 8월 이 기업의 스토리를 집중 분석했다. 업계 최강자 마켓컬리와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유통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오아시스마켓은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 1년간 오아시스마켓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우선 외부 투자금액이 126억 원에서 826억 원으로 늘어났다. 기업가치는 작년 4월 1500억 원대에서 올 7월 7500억 원대로 커졌다. 같은 기간 누적 회원 수는 33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2019년 1423억 원, 2020년 2386억 원, 올해 상반기(1∼6월) 1669억 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화룡점정은 영업이익. 2019년 10억 원 흑자를 낸 것만으로도 부러운 시선을 독차지했는데, 작년에는 97억 원을 남겼다. 마케팅비용이 증가한 올해 상반기도 27억 원으로 여전히 흑자 기조다.

가장 의미 있는 숫자는 오아시스마켓이 만들어 낸 일자리다. 오아시스마켓 임직원 수는 2019년 말 456명에서 2020년 말 619명으로, 현재는 800명까지 늘었다. 이 회사는 380명 수준인 물류센터 현장 근로자를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그것도 정규직으로만. 올 하반기(7∼12월) 경기 성남시에 제2스마트통합물류센터를 열기로 한 덕분이다.

이런 오아시스마켓의 걱정거리는 엉뚱한 곳에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다.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오아시스마켓은 이미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이다. 규제 강도를 높인 이 법 개정안은 3월 국회를 통과해 1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쇼핑몰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도 2월 시행에 들어갔다. 온라인 유통업이 커지니 정부 규제도 덩달아 불어나는 모양새다.

모든 법령이나 규제에는 약자 보호 같은 나름의 명분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 또는 규제의 과도한 적용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특히 여러 법에 걸쳐 촘촘하게 짜인 규제 그물을 신생업체들이 피해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기업들은 행정소송을 내기 일쑤고, 실제 공정위가 소송에서 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달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33억 원을 부과받은 쿠팡이 곧바로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취업한파를 맞은 2030 일자리가 10만 개 줄고, 공공일자리를 중심으로 50대 이상 일자리가 41만 개나 늘었다. 세금으로 찍어낸 공공부문 일자리가 성장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보다 양질이라 할 수 있을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약을 쏟아내는 여야 후보자들도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욕심은 버렸으면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좋은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오아시스마켓처럼.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