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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신수정]中공산당, 시장 이기는 최초의 정부 될까

입력 | 2021-09-08 03:00:0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2021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기술기업의 미국 상장을 사실상 막고 있는 가운데 이날 시 주석은 베이징에 증권거래소를 새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신수정 국제부 차장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7일 공산당 핵심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공동부유 실현을 위해 부유층과 기업이 차지하는 몫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로의 회귀가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이보다는 중국몽(夢) 달성을 위한 계획된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1997년 9월 공산당 15대 회의에서 언급된 100년 목표는 1단계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게 생활하는 것) 사회, 2단계 대동(大同) 사회였다. 대동 사회는 2017년 10월 공산당 19대 회의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수정됐다. 올해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목표로 진입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성장을 중시했지만 앞으로는 분배를 보다 강조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공동부유가 나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강조는 자신의 장기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약 40년간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심각한 소득 불균형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중국의 상위 1% 부자가 전체 부의 31%를 갖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14억 명 중국 인구 가운데 6억 명은 한 달 수입이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 특정 계층에 부의 쏠림이 계속되면 소득 하위 계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공산주의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 주석의 계속된 통치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사회적 평등을 보다 적극 촉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중국은 알리바바, 디디추싱 같은 빅테크를 시작으로 사교육, 게임, 연예계 등 돈이 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산발적으로 보이는 규제 강화의 배경에도 공동부유가 있다. 지난달 17일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한 다음 날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는 9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했고 알리바바는 약 18조 원을 들여 공동부유 10대 행동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사교육과 연예계를 향한 규제도 불평등 해소를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있다. CNN은 “연예인의 호화 생활과 이를 갈망하는 팬덤 문화가 빈부격차를 줄이고 함께 잘살자는 시 주석의 공동부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각종 규제를 쏟아내며 추진하려는 공동부유는 성공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중국 내 기업가 정신을 무디게 해 성장을 저해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술 업계의 거물 여러 명이 그들의 회사와 공적인 업무에서 물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이 자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사실상 무대에서 사라졌고 젊은 창업자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 창업자인 황정(41)은 최고경영자(CEO)직에 이어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으며 3월 은퇴했고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38)과 징둥그룹 창업자 류창둥(48)도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공산당이 전략적으로 기업을 통제해 나가면서 성장과 분배를 함께 추구하는 강화된 국가 자본주의 모델을 보여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공산당은 규제 확대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의식한 듯 “공동부유는 획일적인 균등주의가 아니다. (경제) 발전 능력을 강화해야만 공평함을 추구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몽을 향한 시 주석의 공동부유가 시험대에 올랐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