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확진 378명 기준 예산편성 정은경 “위드 코로나 10월말 검토”
미국 머크(MSD)사의 먹는(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MSD 제공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머크(MSD)와 먹는 치료제 1만8000명분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168억 원이 여기 투입된다. 머크는 10월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발 중인 먹는 치료제 중 가장 빠른 속도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확보한 예산으로는 머크 치료제 약 1만8000명분 구입이 가능하다. 이는 하루 확진자 378명 기준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은 당초 4차 유행 이전 상황에서 하루 확진자 550명 기준으로 먹는 치료제 확보를 검토하다 예산 문제로 줄였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하루 평균 확진자는 1709명에 이른다. 7일 오후 9시 현재 신규 확진자 수도 1917명으로 급증했다. 8일 오전 발표될 확진자는 21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 예산 4만명분 그쳐… 美는 170만명분 선구매
치료제 예산 ‘378명 확진’ 기준 편성예산 부족 등으로 내년도 도입 물량 부족이 우려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향후 한국의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경증 환자가 증상 초기에 복용하면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사가 아닌 환자 스스로 복용하는 약이어서 자가 치료가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 등장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을 꺾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코로나19 백신 부족 재연 막아야
다만 개발 초기에는 코로나19 백신과 마찬가지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백신 도입 초기 계약에 실패하면서 올해 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먹는 치료제 부문만큼은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도입도 늦어져 초반에 고생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투자의 개념으로 치료제 구매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09년 신종플루 극복 과정에서는 비축해 둔 타미플루 250만 회분이 큰 도움이 됐다. 6월 현재 한국은 타미플루 및 복제약 1283만 회분을 비축한 상태다.
○ 유효기간 길어 “남을 만큼 도입해야”
다른 전문가들 역시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뮤 변이’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고려해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하고 치료제 확보 물량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치료제는 통상 백신에 비해 유효기간이 길어 당장 남더라도 폐기할 일이 없다”며 “혹시 남는 상황이 되더라도 다른 나라의 백신과 ‘스와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먹는 치료제 구매를 위해 책정한 비용은 머크 치료제 선구매 계약 추진에 배당된 추가경정예산 168억 원과 내년 예산안에 책정된 별도 예산 194억 원이다. 이 돈을 1명을 치료하는 데 92만 원이 드는 머크 치료제를 사는 데 전부 쓴다고 가정하면 약 3만8000회분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러 제약사 제품을 분산 구매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다른 제약사가 머크사보다 저렴하게 치료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 ‘머크-화이자-로슈’ 3강…국산도 개발 중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