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삼성 왼손 선발투수 백정현(34)이 데뷔 14년 만에 생애 첫 월간 최우수선수(MVP)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백정현이 기자단 투표 총 32표 중 29표(90.6%), 팬 투표 32만807표 중 15만9851표(49.8%)를 획득해 총점 70.23점으로 리그 7~8월 MVP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2위 롯데 김원중(11.15점)과 압도적인 점수 차다. KBO는 올림픽 브레이크 등을 포함 해당 기간 약 4주간 경기가 편성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두 달 성적을 합산해 월간 MVP를 선정했다.
6월 MVP 투표 결과 5위를 받았던 백정현은 7, 8월 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6차례 등판해 5승을 따내며 이 기간 동안 다승 부문 1위를 달렸다. 기간 평균자책점도 1.16으로 한화 카펜터(0.30)에 이어 2위를 했다. 7월 2일 NC전부터 8월 18일 한화전까지 4경기 동안 25와 3분의 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앞서 5~6월 자신이 세웠던 28과 3분의 2이닝 연속 무실점에 이어 시즌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대구상원고 출신인 백정현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8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후 줄곧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 때마다 좋은 활약을 펼치며 LA 다저스의 왼손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이름을 따 ‘오키나와 커쇼’로 불리기도 했지만 매 시즌 조금씩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7년 당시 개인 최다인 8승을 수확하며 이듬해부터 붙박이 선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안정된 투심 패스트볼 제구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구사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시즌 전 5선발 후보로 꼽혔던 백정현의 에이스급 활약에 사자군단 삼성도 마운드 운용에 숨통을 틔었다. 6년 만의 가을야구 꿈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삼성은 앞서 4월 MVP로 선정된 원태인에 이어 올 시즌에만 두 명의 월간 MVP를 배출했다. 7~8월 MVP로 선정된 백정현에게는 상금 200만 원과 75만 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신한은행의 후원으로 모교 대구중학교에 백정현 명의로 100만 원의 기부금도 전달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