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이르면 11월부터 1인 가구와 소득 수준이 높은 신혼부부도 민간분양 아파트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있다. 청약 기회가 없었던 1인 가구와 당첨 가능성이 희박했던 신혼부부의 당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기존 청약제도에서 혜택을 봤던 다자녀 신혼부부와 저소득층의 당첨기회가 줄어듦에 따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 개편안을 8일 내놓았다. 개편안은 올 11월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민간분양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는 추첨제가 새로 도입된다. 현행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에선 청약 가점이 높은 순서대로 당첨자가 결정된다.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다보니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는 당첨이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돌려 당첨자를 선정한다.
현행 제도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지원하려면 부부 합산 소득이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 1.6배 이내여야 한다. 하지만 추첨 물량에 한해 이 같은 소득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월급이 많은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청약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자신이 소유한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 가액이 3억3000만 원을 넘으면 지원할 수 없다. 이 같은 자산 기준은 생애최초 특별공급에도 적용된다.
국토부는 가점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일반공급 비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일반공급을 줄이면 오랫동안 가점을 쌓은 중장년층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 가구와 무자녀, 고소득 신혼부부의 청약 기회가 늘어난 만큼 자녀가 많거나 소득이 낮은 신혼부부의 청약 당첨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체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청약 제도 개편은 결국 누군가의 청약 기회를 빼앗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대출 규제로 서울처럼 분양가가 높은 지역에선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1인 가구 위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