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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의 100세 건강]“무릎 관절염 ‘아차’ 했지만… 수술-재활 덕 70세에도 축구”

입력 | 2021-09-09 03:00:00

황덕진 씨(왼쪽)가 경남 통영시 청구풋살구장에서 열린 통영 FC 자체 친선게임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올해로 70세인 그는 무릎 및 허리 수술을 했지만 체계적인 재활로 몸을 만들어 주 1회 축구를 하고 있다. 통영=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한국 나이 70세인 황덕진 씨는 2013년 오른쪽 무릎이 아파 평생 즐기던 축구를 못하게 됐다. 계단을 못 올라갈 정도로 통증이 심해 공을 차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2014년 초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무릎수술을 받는다는 언론 보도를 본 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을 찾았다.

“검진을 했더니 퇴행성관절염으로 연골이 다 닳은 상태였다. 송 원장에게 수술을 하면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수술했다.”

2014년 3월이었다.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은 갓 태어난 아이 탯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아픈 무릎에 이식시킨다. 치과에서 충치를 제거하듯 없어지거나 찢어진 연골을 깨끗하게 걷어내고 무릎 골수에 구멍을 내서 줄기세포를 이식시킨다. 그럼 연골이 다시 생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 재생시키는 기능을 한다.

황 씨는 수술하고 회복한 뒤 병원에서 제시한 무릎 주변 근육 강화 훈련에 집중했다. 경남 통영의 축구동호회인 통영 FC 소속인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재활전문가까지 찾았다. 재활을 잘해야 다시 공을 찰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을 드리블하며 좌우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무릎 주변 근육이 탄탄하지 않으면 통증이 올 것 같았다”고 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과거 자기공명영상(MRI)이 없을 땐 허벅지 근육이 빠지면 관절염으로 진단했다. 연골이 닳아 관절염이 생기면 근육 생성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황 씨는 연골이 재생되면서 다시 근육을 키워 수술 1년 뒤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근육운동을 병행하며 주 2회 공을 찼다.

황 씨는 2년 3개월 전에는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다. 헬스클럽에서 근육운동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는데 무리하게 축구를 강행한 뒤 요추 4, 5번 사이 디스크가 돌출한 것이다.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바로 수술했다. 그는 “병원에서 축구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축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고 했다. 수술한 뒤 다시 재활에 들어갔다. 황 씨는 “2년 넘게 허리 및 다리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허리 주변 근력을 키워야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황 씨는 사실 술 때문에 무릎이 고장 났다. 그는 “대우그룹산하 신아조선에 다닐 때 영업부에 있었다. 술을 자주 마셨다. 매일 조기축구를 하며 땀을 쫙 빼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고 했다. 그는 “축구하기 전날엔 술을 더 많이 마셨다. 축구하면서 땀을 쫙 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축구를 한 뒤 다시 술을 마셨다. 대부분 축구 동호회 회원들이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축구를 하면 피곤한 상태에서 무릎을 과하게 사용하게 돼 연골에 무리를 준다. 무릎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젊었을 때는 허벅지 및 무릎 주변 근육이 강해 버티지만 나이 들면서 근육이 약해지면서 연골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관절염이 오게 된다”고 한다. 축구를 오래 하기 위해선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네 친구들과 축구를 시작한 황 씨는 평생 축구를 하며 이를 인식했기에 재활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다.

황 씨는 요즘 오전엔 피트니스센터에서 상체와 하체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오후엔 걷고 달린다. 인조잔디축구장을 한 바퀴씩 걷고 달리기를 번갈아 24바퀴를 달린다. 약 9km다.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마치 신앙처럼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축구를 다시 시작한 지 약 1개월이 된 그는 통영 FC가 주 2회 공을 차는데 이젠 주 1회만 참가하고 있다. 좋아하던 술도 꼭 필요할 경우 월 1회로 줄였다.

황 씨는 “주변에서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무릎에 이어 허리 수술까지 하고 축구를 하고 있으니…. 하지만 축구가 좋은 것을 어떡하나? 축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고 몸 상태 봐가며 천천히 공을 찰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관절염이 올 경우 무릎 수술도 잘해야 하지만 근육운동으로 꾸준히 몸을 관리해야 평생 공을 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