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어딨소]〈3〉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그루(탕준상·왼쪽)와 그루의 아버지 정우(지진희)가 고독사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기 전 기도하는 장면. 넷플릭스 제공
한 할머니가 쓸쓸하게 죽었다. 고인의 몸이 썩어 구더기가 생긴 뒤에야 아들이 어머니를 찾았다. 아들은 시신과 유품 정리를 유품정리사에게 맡긴다. 유품정리사는 할머니의 집을 정리하다 수십 년 전 아들이 사준 빨간색 내의를 발견한다. 할머니가 아들에게 양복을 사주기 위해 꼬깃꼬깃 모아둔 현금도 찾았다. 유품을 건네받은 아들은 그제야 무릎을 꿇고 오열한다. “어머니….” 올 5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내용이다.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오른 이 드라마는 2015년 출간된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청림출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에세이를 쓴 유품정리업체 바이오해저드의 김새별 대표(46)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각본을 쓴 윤지련 작가(49)의 요청으로 고독사 현장을 10여 차례 함께 다녔다. 취재를 왔다가 현장을 보고선 토하고 도망치는 사람도 있는데 윤 작가는 끄떡없었다”고 말했다.
에세이가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 독특한 직업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물품을 대신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시체를 염습하는 ‘염장이’와 유품정리사를 혼동하는 이들도 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에피소드는 대부분 새로 창조됐다. 파급력이 큰 드라마에서 에세이에 나온 실제 사건을 다루면 고인의 지인에게 항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사연도 현재 상황에 맞게 바꿨다.
윤 작가는 “비정규직 청년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고독사하고, 갑질을 당한 뒤 해고당한 경비원이 동반 자살하는 사연을 넣었다”며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넣어 구성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윤 작가가 취재를 많이 하고 관련 자료를 추가로 찾아서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드라마 공개 후 유품정리사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어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