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연관성 있어도 예외규정 적용 靑비서실-경찰청-감사원-기재부 올해 심사받은 15명 100% 통과
김영식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은 5월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하려 했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취업제한 판정을 받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김 전 비서관은 4월까지 약 1년간 청와대에서 일했다.
그러나 김 전 비서관은 6월 ‘광장’의 파트너변호사로 들어갔다. 공직자윤리위가 한 달 뒤 재검토를 거쳐 업무 연관성에 대한 예외규정을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처럼 업무 연관성에 대한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재취업에 성공한 비율은 전체 재취업 공직자 가운데 27.5%로 지난해 13.9%에서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예외규정 심사 대상으로 분류된 공직자 중 85.7%가 취업승인을 얻어냈다. 그중 대통령비서실(3명), 경찰청(5명), 감사원(5명), 기획재정부(2명) 등 핵심 권력 기관 소속 공직자는 모두 예외규정 심사를 통과했다. 검찰도 6명 중 1명의 탈락자만 나왔다.
‘재취업 제한 예외’ 靑비서실-경찰청-감사원 출신 모두 통과
예외 남발, 올해 공무원 126명 적용지난해 5월 청와대를 떠난 천경득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지난달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로 발탁됐다. 퇴직 이후 3년간 근무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기관에 취업할 수 없었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업무 연관성에 대한 예외규정을 인정받았다. 통상 고위 경제 관료들이 기용되던 자리에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 청와대 인사가 발탁되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2018년 12월 퇴직한 이주민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2월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취임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공직자윤리위로부터 받았다. 도로교통공단은 경찰청 산하 공공기관이라 업무 연관성으로 인한 취업 제한 가능성이 컸지만 예외규정을 적용받은 것. 공직자윤리위는 승인 이유로 ‘국가 대외경쟁력 강화 및 공공의 이익’ 등을 내세웠다.
○ 올해 재취업 예외규정 적용 공직자 126명
그러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업무연관성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이런 제한을 피한 공직자가 올해만 126명이다. 전체 재취업 퇴직 공직자(459명) 중 27.5%에 이른다. 하반기(7월∼현재)만 따지면 이 비율은 28.9%로 높아진다. 상당수 퇴직 공직자들이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업무 연관성이 있어도 취업을 승인해주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활용해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아도 재취업하고 있는 것이다.
○ “예외규정인데 예외적이지 않아 문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업무연관성이 있더라도 △국가안보상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본인이 직접 담당했던 업무와 취업하려는 기관 간 밀접한 관련성 없는 경우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자격증·근무경력·연구성과 등이 있어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취업을 승인해준다.
하지만 예외규정 기준 자체가 모호해 퇴직 공직자를 구제해주는 용도로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예외규정 기준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예외규정이지만 예외적이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