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인 불륜 상대의 허락을 받고 집에 들어가 부정행위를 한 내연남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외부인이 현재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집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추정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B 씨의 아내 C 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던 A 씨는 B 씨가 집을 비운 사이 C 씨의 동의를 얻어 B 씨 부부가 거주하는 집에 세 차례 방문했다. 이에 B 씨는 A 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집에 침입했다며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고 A 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동의를 받고 공동거주지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지난 6월 열린 공개변론에서 검사 측은 “출입을 승낙할 자유보다 공동거주자 각자의 주거평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의견 대립은 공동체 내부의 문제이므로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