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그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국은행은 현재의 양적완화 정책을 조정하는 한편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을 매입하는 포용적 완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직접 하든, 채권매입전문기구(SPV)를 통해 하든 고금리 소상공인 채권을 매입하고 금리를 인하해 재대출하는 방법을 말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준 금융회사들의 원리금 회수 권리를 한은이 인수하고 기존에 내던 높은 이자까지 깎아주라는 주문이다.
문제는 이 방법이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데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걸 각오하고 한은이 돈을 찍어 연체, 부도 가능성이 높은 소상공인 등의 대출을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해 나랏빚이 100조 원씩 늘도록 재정을 쓴 것도 모자라 한은을 동원해 현금을 살포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매입 가능한 채권을 국채, 정부보증채 등으로 제한한 한은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포퓰리즘에 중독된 정권이 중앙은행을 압박해 돈을 풀었을 때의 후유증은 경제가 파탄 난 후진국들에서 수없이 확인된다. 선심 쓰며 찍어낸 돈은 물가 폭등을 부른다. 이에 따라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들이 돈을 빼내갈 수 있다. 국채금리가 올라 정부,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조달하기 힘들어지고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도 있다. 윤 원내대표 발언 이후 국고채 금리가 오른 게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