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꼭 180일 남았다. 박근혜 정권을 몰락시킨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게 5년 전 이맘때다. 탄핵 이후 권력을 잡은 현 집권세력의 정권 재창출이냐, 야권으로의 정권 교체냐 하는 국가적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드러나듯, 부동층이 32%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한 탓도 있지만 여든 야든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믿음직한 자질과 역량을 갖춘 후보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선진국이 됐다는데 체감은 딴판이다.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부동산 시장 등 민생 현장 곳곳에 난제가 널려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패권 전쟁에 끼어 옴짝달싹 못한 채 강대국 심기 살피기도 바쁘다.
돌아보면 문재인 정권은 임기 내내 이른바 적폐청산을 비롯해 편 가르기 국정을 일삼았고, 국민의힘 역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모습을 보이질 못했다. 어느 쪽이 먼저 적대적 공생의 틀을 깨고 미래로 나가느냐가 이번 대선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미 지역 이념 세대 계층을 뛰어넘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비전을 갈망하는 민심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나라가 처한 위기를 정확히 읽고 국가 역량을 한데 모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최고지도자를 뽑는 선거여야 한다.
당분간 여야 모두 경선 국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달 뒤인 10월 10일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할 예정이나 상당한 경선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경선 룰 문제와 당내 유력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등 악재가 겹쳐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하기도 전부터 소란스럽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선 유권자들이 현명해져야 한다. 각 당의 후보 결정과 본선에 이르기까지 선거 판을 뒤흔드는 네거티브의 본질을 직시하고 차기 대통령의 자질을 감별해 내야 한다. 그러려면 판단의 기준을 과거보다는 미래, 무엇보다 이 나라 청년의 미래에 두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고른다”는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의 높은 정치의식을 보여줄 선택의 시간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