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주문량 감당 못해 6개월 인도 지연… 고객 변심 우려 사측 “미국서 생산” 설득 나섰지만… 노조, 단협 내세워 해외 생산 반발 2019년에도 노조 반대로 무산, 사측 “年 3만5000대 공급 부족 예상”
노조 측은 ‘해외생산 시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체협약 조항을 앞세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 내부에서는 국내 공장 재배치가 우선이라는 주장과 자신들의 생산물량을 다른 공장에 넘겨주기 어렵다는 의견이 부딪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사내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팰리세이드의 미국 생산 방안이 포함된 국내 공장 생산물량 조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용안정위는 현대차 노사에서 각각 20여 명이 참여해 생산 계획과 이에 따른 고용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노사 단체협약에 근거해 구성됐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노조를 설득하고 있다. 현재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현지 소비자들이 새 차를 받으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계약했던 고객들이 돌아설 것으로 우려한 사측은 팰리세이드의 국내 증산이 어려울 경우 미국 생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전량을 울산2·4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사측은 현재 울산에서 전량 생산하는 아이오닉5 등 전기차도 현지 수요 증가와 보조금 정책에 따라 단계적으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에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이달 7일 열린 고용안정위에서도 노사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증산이 무산되면 울산2·4공장 생산량 기준 내년에 3만5000대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는 미묘한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북 전주공장 측 노조에선 연간 생산량이 생산능력의 35% 수준인 전주공장을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울산4공장의 일부 물량(스타리아)을 전주공장으로 보내고 그 자리에서 팰리세이드를 만들되, 이게 여의치 않으면 미국 생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물량을 넘겨줘야 하는 울산공장 측 노조는 전주공장 측 노조 및 사측 제안에 일부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팰리세이드 증산 결정 때 울산공장 내부에서 4공장이 생산하는 팰리세이드를 2공장에서도 생산하는 걸 놓고 갈등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