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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아닌 안티선거” 32% 부동층에 역대 최저 대선투표율 우려

입력 | 2021-09-10 03:00:00

20대 대선 D-6개월… 과거 선거때와 비교해보니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 비율이 30%에 육박하면서 “역대 대선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국가 미래를 결정할 비전과 정책 공약이 실종된 채 네거티브 전쟁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대선에서 ‘최선’이나 ‘차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차악’을 택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현상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후보의 정책과 이미지에 호감을 느껴 투표하는 ‘팬덤(fandom) 선거’가 아니라 싫어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덜 싫어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안티(anti)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후보보다 싫어하는 후보가 선거 당락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네거티브 보팅(negative voting)’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호감도, 비호감도가 명확하게 갈리고 호불호가 뚜렷한 후보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춘천 찾아 민심 행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춘천중앙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춘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실제 야권은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이 여야 공방과 정치 공작 논란으로 번지는 사이 후보들 간 정책 경쟁이 사라졌다. 여권은 본경선 초반 과반 득표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로 정책 대결은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양새다.

○ “덜 싫어하는 후보 지지 현상”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일 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부동층’의 비율은 32%였다. 2007년 17대 대선을 6개월 앞둔 그해 6월 9일 조사 당시 부동층 비율은 17.5%, 2012년 18대 대선 때 6월 15일 조사에서는 22%였다. 2017년 3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 때에는 같은 해 3월 23일 기준 부동층이 14%에 불과했다. 선거 5개월 전인 2016년 12월 8일 조사의 부동층 비율도 17%였다. 이에 비하면 대선 6개월을 남겨둔 올해 조사의 부동층 비율은 역대 대선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부동층 비율이 치솟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어젠다가 실종되고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가 난무하면서 정치 불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높은 것이 눈에 띈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20일 발표에 따르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호감도를 물은 결과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50%, 58%, 62%, 58%로 나타났다. 반면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이 지사 40%, 윤 전 총장 29%, 이 전 대표 24%, 최 전 원장 17%에 그쳤다.

○ 공약 대신 네거티브 판치는 대선

수원시와 업무협약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수원=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유권자의 공감을 얻어낼 미래 지향적 비전과 정책을 공약과 슬로건에 설득력 있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야 모두에서 나온다. 경선 내내 네거티브 공격에 시달려 왔다고 호소한 이 지사는 정작 7일 TV 토론회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의원이 기본소득 관련 토론을 요구했지만 “이미 다 얘기했다”며 토론을 거부했다.

국민의힘도 경선 초반이긴 하지만 대선 주자들이 정책 공약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전무하다. 오히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 등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각종 음모론과 공작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문(반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해 왔던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경선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49%, 정권 재창출론이 37%로 나타났음에도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여권 주자들보다 낮게 나온 것 역시 반문 이외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당수 야권 주자들이 정치 신인”이라며 “이런 기형적인 대선 구도 탓에 부동층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대 대선 때마다 항상 부동층은 존재해 왔다”며 “아직 여야 최종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 승리를 위해 후보들이 전통적인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 위주로 내놓다 보니 부동층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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