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D-6개월… 과거 선거때와 비교해보니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 비율이 30%에 육박하면서 “역대 대선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국가 미래를 결정할 비전과 정책 공약이 실종된 채 네거티브 전쟁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대선에서 ‘최선’이나 ‘차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차악’을 택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현상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후보의 정책과 이미지에 호감을 느껴 투표하는 ‘팬덤(fandom) 선거’가 아니라 싫어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덜 싫어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안티(anti)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후보보다 싫어하는 후보가 선거 당락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네거티브 보팅(negative voting)’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호감도, 비호감도가 명확하게 갈리고 호불호가 뚜렷한 후보들이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춘천 찾아 민심 행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춘천중앙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춘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덜 싫어하는 후보 지지 현상”
부동층 비율이 치솟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어젠다가 실종되고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가 난무하면서 정치 불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높은 것이 눈에 띈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20일 발표에 따르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호감도를 물은 결과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50%, 58%, 62%, 58%로 나타났다. 반면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이 지사 40%, 윤 전 총장 29%, 이 전 대표 24%, 최 전 원장 17%에 그쳤다.
○ 공약 대신 네거티브 판치는 대선
수원시와 업무협약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9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수원=뉴시스
국민의힘도 경선 초반이긴 하지만 대선 주자들이 정책 공약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전무하다. 오히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 등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각종 음모론과 공작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문(반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해 왔던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경선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권 교체론이 49%, 정권 재창출론이 37%로 나타났음에도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이 여권 주자들보다 낮게 나온 것 역시 반문 이외에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당수 야권 주자들이 정치 신인”이라며 “이런 기형적인 대선 구도 탓에 부동층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대 대선 때마다 항상 부동층은 존재해 왔다”며 “아직 여야 최종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 승리를 위해 후보들이 전통적인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 위주로 내놓다 보니 부동층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