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독점의 갈림길에 선 플랫폼 기업 불공정·문어발 확장 아닌 혁신 보여줘야
김용석 산업1부장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를 다룰 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독점이 당장에는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면이 있다는 사실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이 높아 독점 상태라 해도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있는데 왜 문제가 되냐고 묻는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예로 들어보자. 카카오톡의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건당 20원인 휴대전화 문자를 공짜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국민이 연결된 메신저를 통해 여러 명이 대화하고 사진과 파일을 편하게 주고받는다. 갑자기 이용료를 받거나 광고로 도배하지 않는 한 ‘독점 카카오톡’과 이용자의 윈윈(win-win) 관계는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독점이 도움 되는 면도 있다. 모두가 카카오톡에 모여 있는 덕분에 특정인과 대화하려 다른 메신저를 켜지 않아도 된다. 이것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네트워크 효과가 이용자를 옭아매는 록인(lock-in)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이용료를 물리는 순간 모두가 큰 부담 없이 다른 공짜 메신저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용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 카카오톡 없이 가능했을까. 전 국민에게 혜택을 안긴 카카오의 혁신이 골목시장에서 수수료 청구서로 되돌아온 셈이다. ‘아마존 저격수’로 이름을 알리며 미국 최연소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오른 리나 칸은 이렇게 쉽게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독점 플랫폼 기업의 힘을 ‘지렛대’에 비유했다.
야놀자가 가맹 숙박업소의 정보를 이용해 직접 프랜차이즈 호텔을 운영하고, 쿠팡이 입점 업체의 거래 정보를 이용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만들어 전면에 노출시킨다면 이를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카카오가 크고 작은 시장에 속속들이 진출하는 것을 혁신의 혜택으로 볼 수 있을까.
나아가 플랫폼이 몸집을 불릴수록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로 기업 가치가 치솟는다. 이 같은 데이터 독점은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진입을 막는다. 리나 칸은 이를 ‘진입 장벽’이라고 불렀다.
지렛대와 진입 장벽은 시장 독점에 가깝고 혁신에서 멀다. 지렛대와 장벽을 이용한 아마존의 골목시장 점령을 ‘아마존당하다(amazoned)’라고 표현한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당하다’라는 신조어가 공감을 사는 분위기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