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왜 그러지.”
황덕진 씨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공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평생 몸관리하며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그러던 중 2014년 초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에서 제대혈 줄기세포 무릎수술을 받는다는 신문 기사를 접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이 아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히딩크 감독이 수술을 받으면 걸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왼쪽)이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강남제이에스병원 제공.
2014년 3월이었다.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은 갓 태어난 아이 탯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아픈 무릎에 이식시킨다. 치과에서 충치를 제거하듯 없어지거나 찢어진 연골을 깨끗하게 걷어내고 무릎 골수에 구멍을 내서 줄기세포를 이식시킨다. 그럼 연골이 다시 생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 재생시키는 기능을 한다. 2014년 1월 수술한 히딩크 감독은 그해 말부터 카트 및 지팡이에 의지 하지 않고 골프를 칠 정도로 회복됐다.
황 씨는 수술하고 회복한 뒤 병원에서 제시한 레그 익스텐션과 레그 컬 등 무릎 주변 근육 강화 훈련에 집중했다. 경남 통영의 축구동호회인 통영 FC 소속인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재활전문가까지 찾았다. 재활을 잘 해야 다시 공을 찰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을 드리블하며 좌우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무릎 주변 근육이 탄탄하지 않으면 통증이 올 것 같았다”고 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과거 MRI(자기공명촬영)가 없을 땐 허벅지 근육이 빠지면 관절염으로 진단했다. 연골이 닳아 관절염이 생기면 근육 생성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황 씨는 연골이 재생되면서 다시 근육을 키워 수술 1년 뒤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근육운동을 병행하며 주 2회 공을 찼다.
황덕진 씨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드리블-패스 연습을 하고 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고등학교를 마치고 하사관으로 군입대한 그는 한동안 축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대를 마치고 대우그룹이 인수한 신아조선에 둥지를 튼 그는 사내 체육대회 때 축구선수로 참여하면서 다시 축구와 연을 맺게 됐다.
황덕진 씨(왼쪽)가 대한민국 명품 시니어 축구단 로얄 FC 회원인 이회택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포즈를 취했다. 황덕진 씨 제공.
황 씨는 사실 술 때문에 무릎이 고장 났다. 그는 “회사에 다닐 때 영업부에 있다보니 술을 자주 마셨다. 매일 조기축구를 했는데 땀을 쫙 빼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고 했다. 그는 “축구하기 전날엔 술을 더 많이 마셨다. 축구하면서 땀을 쫙 빼면 되니까”라고 했다. 축구를 하고 나면 다시 술을 마셨다. 대부분 동호회축구 회원들이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축구를 하면 피곤한 상태에서 무릎을 과하게 사용하게 돼 연골에 무리를 준다. 무릎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젊었을 때는 허벅지 및 무릎 주변 근육이 강해 버티지만 나이 들면서 근육이 약해지면서 연골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관절염이 오게 된다”고 한다. 축구를 오래 하기 위해선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네 친구들과 축구를 시작한 황 씨는 평생 축구를 하며 이를 인식했기에 재활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다.
황덕진 씨(왼쪽)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열린 통영 FC 자체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송 원장은 히딩크 감독뿐만 아니라 ‘천하장사’ 장성우도 수술해 주목을 받았다. 고교시절 장성우는 ‘박리성 골관절염’으로 유명 대학병원에서 은퇴를 권유해 씨름을 포기할 뻔했다. 박리성 골관절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지속적 통증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박리성 골관절염은 퇴행성관절염으로 조기 진행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나이 들어 자칫 걷지도 못할 수도 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선수에겐 치명적인 질병이다. 하지만 정성우는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을 포함해 두 번에 걸친 수술 끝에 연골을 재생시켜 씨름을 계속할 수 있었고 천하장사까지 올랐다.
송 원장은 “무릎 연골 줄기세포 치료법은 획기적이다. 그동안 60세 이전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보통 65세까지 기다렸다 인공관절을 하라고 했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15년에서 20년이기 때문이다. 50대에 퇴행성관절염이 오면 10년 넘게 고생하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했다. 줄기세포 치료법은 나이에 상관이 없다. 젊을수록 연골 재생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수술은 65세 이전까지는 언제든 해도 완치율이 높다. 70세 이후는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어진다.
황덕진 씨(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통영 FC 친선 경기 때 상대팀과 포즈를 취했다. 황덕진 씨 제공.
황 씨는 요즘 오전엔 피트니스센터에서 상하체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오후엔 걷고 달린다. 인조잔디축구장을 한바퀴씩 걷고 달리기를 번갈아 24바퀴를 달린다. 약 9km다. 그는 “축구를 하기 위해 마치 신앙처럼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축구를 다시 시작한 지 약 1개월이 된 그는 통영 FC가 주 2회 공을 차는데 이젠 주 1회만 참가하고 있다. 좋아하던 술도 꼭 필요할 경우 월 1회로 줄였다.
황덕진 씨(왼쪽)가 경남 통영 청구풋살구장에서 열린 통영 FC 자체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gna.com
통영=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