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경기라인 ‘변방 동지’ 중심… 비주류 전문가 입김 강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임기 내 주택을 250만 호 이상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으로 100만 호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동아DB]
“정치적 목적으로 학술 개념 활용”
이 지사의 정책자문그룹(싱크탱크)은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2022)다. 8월 18일 출범한 세바정2022는 경제·과학·정치·외교·문화 등 각 분야 교수와 전직 장관을 중심으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했다. 1800여 명의 인사가 속해 대선주자 싱크탱크 중 최대 규모다. 이 지사는 당시 영상을 통해 “과감해도 좋다. 여러분이 방법만 제시해주면 실천은 내가 맡겠다”고 축사했다.이 지사는 싱크탱크에 ‘변방 동지’들을 적극 등용했다. 학계 원로 등을 ‘모셔와’ 이들 위주로 싱크탱크를 꾸리는 여타 대선주자들과는 구별되는 지점이다. 성남·경기라인은 세바정2022를 포함한 각종 조직에서 중책을 맡으며 선거를 돕고 있다.
성남·경기라인은 오랜 시간 이 지사를 도우며 ‘기본 시리즈’ 정책 구체화에 앞장섰다. 이들을 보는 학계 시각은 탐탁지만은 않다. 이 시장의 정책 멘토인 이 전 원장은 7월 20일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은 모든 사람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라고 말했지만 이견도 많다. 한국경제학회는 같은 달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공유부의 배당 △일자리 부족 △복지 사각지대 해소 △자원배분의 효율성 네 측면에서 각각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물었으나, 모두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한국경제학회장 출신인 모 대학 교수는 9월 1일 ‘주간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큰 취지에서 기본소득에 동의하는 이가 많다”면서도 “유사 정책에 대한 리뷰를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데, 이 지사 측은 정치적 목적으로 학술 개념을 활용하는 초보적 단계의 논의만 하고 있다. 포퓰리즘에 가깝다. 주류 학계의 시각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선 승패의 핵심 요소인 부동산정책 대응에서도 차이가 보인다. 야권주자들은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등 관련 학계 전문가들로 부동산정책 자문단을 꾸렸다. 반면 이 지사 싱크탱크에서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남 소장은 정치학 박사라는 특이 이력을 가졌다. 남 소장은 토지공개념을 주장한 ‘헨리 조지’를 연구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희년함께’의 후신 성경(聖經)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 공동대표를 맡으며 종교적 관점에서 토지세 강화를 주장했다. 남 소장은 “국토보유세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 시리즈에 힘을 보태왔다.
“학계 진지하게 생각지 않는 이론을…”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7월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선 과정에서 새로 유입된 자문그룹의 주장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 지사 정책자문단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오랜 시간 이 지사와 함께 해온 성남·경기라인이 한 축, 이 지사를 돕고자 합류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다른 축을 차지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이 후자에 속한다.
문재인 정부 인사로 이 지사 측 정책을 자문하는 모 대학 교수는 9월 8일 주간동아와 전화 통화에서 “선거 마케팅 전략으로서 기본 시리즈가 언급되는 것이다. 여러 정책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성남 출신 인사에게 ‘로열티’가 주어지겠지만 그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그들 이상의 역량을 가진 분들이 캠프에 많이 들어왔다. 캠프가 이들에 대한 수용력을 얼마만큼 보여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