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들여다보니…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 사주 의혹’을 반박했다. [동아DB]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복판에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9월 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은 휴대전화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습성이 있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가 관련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2016년 11월 20일 우병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부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새것으로 교체돼 있었다.
“용무 끝나면 대화창 폭파”
김 의원은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보도한 고발장은) 내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 “(해당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인 9월 1일 뉴스버스 기자와 나눈) 그 대화는 고발장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가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관련 문제를 당내에서 최초로 제기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이 최강욱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지난해 8월. 김 의원은 자신이 최 의원 고발과 관련해 당 관계자에게 A4 용지 한 장에 메모해준 적이 있으니 8월 고발장은 자신의 의견을 토대로 한 것일 수 있지만, 뉴스버스가 보도한 2020년 4월 8일 최 의원 고발장은 간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이번 사건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는 김 의원을 취재원이라고 하지 않았다. 4·15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이던 김 의원으로부터 이 자료를 텔레그램으로 받은 이가 있는데, 그의 제보를 토대로 보도했다는 것. 뉴스버스 측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9월 1일과 2일 김 의원과 통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보도 후 이 제보자는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이끄는 대검 감찰부 감찰3과에 공익신고서와 증빙자료(김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 메시지가 남아 있다는 휴대전화 등)를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제6조 ‘누구나 수사기관 등에 공익신고할 수 있다’)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대검은 신고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그를 공익신고자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제10조 2항)이 “공익신고의 내용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공개된 내용 외에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수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여당의 치부를 들춘 경우 공익신고자로 지정받는 데까지 60일 이상 걸리기도 했는데, 왜 대검은 해당 제보자를 이토록 빨리 공익신고자로 지정해 보호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공익신고자로 지정되면 그에 대한 보도가 어려워진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공익신고자를 미뤄 추측할 수 있는 보도가 금지된다. 검찰이 이번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면 해당 사건은 ‘괴물’과 같은 정쟁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보자 정체와 관련해 뉴스버스는 국민의힘 관계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9월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그분이 공익신고자여서 신분을 못 밝히지만, 보도를 보면 내 이름과 신분을 (제보자가 자기 휴대전화에) 부장검사로 저장했더라. 내가 당시 어떤 명함을 줬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제보자가 특정된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공익신고자 인정까지 기간 제각각?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은 희대의 정치적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이 사건이 윤 전 총장의 목을 죌 것인가, 아니면 그와 반대되는 정치 세력을 압박할 것인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 속 대권주자로 덩치가 커진 윤 전 총장. 이번에도 위기에서 같은 결과를 만들 것인가. 검찰이 사건 수사를 서두를 것 같지는 않다.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