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바삐 사는 우리들. 은퇴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퇴는 언제든 닥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야겠죠. 요즘처럼 팍팍한 환경에서 풍요로운 ‘금(金)퇴’를 누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금퇴를 맞으려면 연금도, 투자도, 소비도 다 달라져야 합니다. 바쁜 독자들을 위한 금퇴 준비법을 저서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토대로 소개합니다.
주택연금이란 가입자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연금을 매달 받는 상품입니다. 시대가 달라져 노후가 길어지고 노후 생계 수단이 부족해지다 보니 주택연금 제도도 개편됐습니다. 이제 만 60세가 아니라 만 55세부터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주택 소유자나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이 올해 8월부터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연금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액형 외에도 가입 초기에 더 많이 받는 ‘초기 증액형’,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액이 늘어나는 ‘정기 증가형’이 생겼습니다. 초기 증액형은 초반 일정 기간 연금을 많이 받고 시간이 갈수록 수령액이 줄어듭니다. 많이 받는 기간을 3, 5, 7, 10년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기 증가형은 초반 지급액은 낮은 대신 3년마다 일정 비율씩 월 수령액이 늘어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매달 받는 연금액이 가입 당시 주택 가격과 가입자 연령에 따라 달라집니다. 2020년 가입자 기준으로 주택 가격이 9억 원이라면 가입자가 55세일 때는 매달 138만 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65세라면 매달 226만 원을 받죠. 연금액을 산정하는 나이 기준은 부부 중 나이 적은 사람을 기준으로 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가입자 나이가 많을수록 수령액이 많으니 당장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으면 나중에 가입하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거죠.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본인이나 배우자의 나이, 주택가격 등을 입력하면 월 연금수령액 예상치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의 장점은 가입한 뒤 집값이 떨어져도 연금액이 줄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금액은 가입 당시의 주택가격과 시중금리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죠. 이러한 특징은 ‘양날의 칼’이기도 합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연금액은 오르지 않기 때문이죠.
주택연금은 가입기간 중에도 월 연금액과 보증료 원리금을 다 갚으면 중도해지도 할 수 있습니다. 중도해지하면 수수료는 없지만 가입자가 낸 초기보증료는 돌려주지 않습니다. 매월 납부하는 연간 보증료는 잔여기간을 따져 정산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집값이 오르자 주택연금을 해지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0년 1~9월 주택연금 중도해지는 1975건. 전년 전체 중도해지가 1527건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해지 건수가 상당하죠. 연금을 해지한 사람들은 오른 집값을 기준으로 재가입해 주택연금을 더 많이 산정 받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재가입했다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중도해지하는 사람은 바로 재가입할 수 없습니다. 3년이 지나 가입해야 합니다. 그 시점에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는 일이죠. 혹시라도 내 집값이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가격기준을 넘어서면 연금 재가입 길이 막혀버립니다.
주택연금을 신청하면 대부분 2, 3주 뒤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사별로 사정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어요. 가입비로는 저당권 설정을 위한 법무사 비용, 등록면허세 및 지방교육세 등 세금, 대출기관 인지세, 감정평가수수료 등이 있습니다. 가입비도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죠. 보유 주택 가격 등에 따라 달라지니 미리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신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그 해에 납부해야 할 재산세의 25%를 감면 받습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시작되어도 가입자가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재건축 및 재개발에 참여한다는 걸 입증할 서류를 제출해야 하죠. 주의해야 할 점은 조합에서 주는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Q. 주택연금은 적게 나온다던데 손해일까요?
A. 주택연금을 받는다고 집만 무조건 날리는 건 아니에요. 주택연금에 가입한 부부 모두 사망 등으로 연금지급이 종료되고 나서야 주택이 처분되거든요. 이 때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의 가치를 따져 봐요. 가입자가 그간 쭉 받은 연금액 총액에 이자를 합한 연금대출원리금이 집의 가치보다 높으면 집은 가입자 수중에서 없어집니다. 반대로 연금대출원리금이 집의 가치보다 낮으면 그 차액은 자녀 등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주택연금액이 정말 적은지는 각자 잘 따져보셔야 해요. 가입자 연령, 집값에 따라 제각각이니까요. 연금수령액은 집값이 높고 가입자 연령이 높으면 많아지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사망 시까지 지급되는 ‘종신지급방식’의 경우 가입자 연령이 55세이고, 집 시세가 9억 원이라면 월 수령액이 144만 원입니다. 집값이 같은데 가입자 연령이 60세라면 월 수령액은 191만 원입니다.
Q. 주택연금과 주택담보대출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주택연금과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대출 방식, 원리금 상환 방식, 대출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대출방식은 주택담보대출이 일시금으로 대출받는 방식인 반면, 주택연금은 연금 형태로 매월 받는 방식입니다. 원리금 상환방법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매월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하는 반면, 주택연금은 주택연금 지급이 종료될 때 일시 상환됩니다. 대출기간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0~30년으로 확정되지만 주택연금은 가입자나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로, 긴 편이죠. 또 주택연금은 주택담보대출에 없는 기능이 있습니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가입자가 받던 돈을 배우자에게 이어 줄 수 있는 겁니다.
Q. 해지하면 손해가 없나요?
A. 같은 주택으로 재가입하려면 3년간 재가입이 금지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 재가입할 땐 초기 보증료를 다시 내야 하죠. 그리고 재가입 때까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수령액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주택 가격이 공시가 기준 9억 원을 넘으면 아예 다시 가입을 못하죠. 이런 점을 주의하셔야겠습니다. 목돈이 필요할 때 중도 해지 외의 다른 방법이 있긴 합니다. 개별 인출 제도를 활용해보세요. 연금을 받고 있는 중에 자녀 결혼비가 필요하거나 아파서 입원비가 필요하다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인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Q. 주택연금 수령액은 정해져 있던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손해 아닌가요?
A. 주택금융공사는 정기증가형 상품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예측해 반영합니다. 처음 연금을 수령한 뒤 3년마다 4.5%씩 연금액을 올려주는 거죠. 연간으로 따지면 1.5%씩 오르는 겁니다. 지금 당장은 물가상승률이 2%대이니 연금 상승률이 낮긴 하죠. 하지만 주택금융공사는 장기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1.5%씩 올리는 것이라고 하네요. 물가가 계속 2% 이상으로 치솟진 않을 것으로 보는 거죠. 물가상승률이 정 걱정이시라면 수익률이 더 높은 상품에 투자하시는 게 나으실 수 있겠습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