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후보 개인의 문제에 당이 말려 들어선 안된다”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곧바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내 경선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두 후보가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정면 충돌한 것.
홍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은 고발장 내용이 검찰에서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을텐데 당사자들이 자꾸 변명하고 기억이 없다고 회피하는 바람에 일이 커지고 당도 말려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혹의 당사자들은 팩트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라”며 “팩트가 있다면 경위가 어찌되었던 간에 공작이 아니고 범죄”라고 주장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여권발 정치공작이라 주장하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9.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윤 전 총장은 즉각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은 같은 날 열린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경선을 통해 경쟁한다 해도 어떻게 여당 쪽에서 총을 한 방 날리니 벌 떼처럼 바로 올라타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저에게 ‘사퇴하고 사과하라’는 이야기도 하더라”며 “정권교체를 하려는 거냐, 아니면 그냥 계속 야당의 기득권 정치인으로 남아서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2일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비판했지만 윤 전 총장 관련 의혹 자체를 당 지도부가 대신 엄호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MBN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언론에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전혀 피의자로 입건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당은 불합리한 수사에 대응하고 여권으로부터 받는 탄압이 있다면 당연히 방어해야 되는 것이지만 사실관계에서 (윤 전 총장이) 잘못한 지점이 있다면 당이 보증 서주는 곳은 아니다”며 “그 두 가지는 명확히 분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