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는 헬리콥터에 거꾸로 매달린 채 다른 서식지로 옮겨지는 코뿔소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공중에 거꾸로 한참 매달려도 몸에 문제는 없을까. 이런 문제를 연구한 코넬대 연구진이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Ig Novel Prize)의 올해 교통부문상을 수상했다.
▷코넬대 연구진이 검은 코뿔소 12마리를 마취시켜 크레인에 매달아 신체 변화를 측정한 결과, 거꾸로 매달릴 때가 엎드린 자세보다 심장이나 폐 기능에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람이 물구나무를 설 때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는 논리와 유사하다. 연구진은 “아무도 거꾸로 매달린 자세가 동물의 심장과 폐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지 않았다”면서 “‘웃고 나서 생각하게 한다’는 게 상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맞는 상인 것 같다”고 했다. 코뿔소로선 난데없이 마취된 채 거꾸로 매달리는 ‘학대(?)’를 당하긴 했지만 유의미한 결과인 것 같기도 하다.
▷생물학상은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담긴 메시지를 분석해낸 스웨덴 룬드대의 주자네 쇠츠 교수에게 돌아갔다. 고양이가 사료를 원할 때는 울음소리 끝을 올리고 동물병원에 가는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아 울음소리 끝의 음조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쯤이면 쉴 새 없이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가 왜 두통을 앓지 않는지에 대한 연구 등 과거 수상자들의 엉뚱함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일 듯하다.
▷1991년부터 미 하버드대의 유머 과학잡지(AIR)가 선정하는 이그노벨상은 올해로 31번째를 맞았다. ‘진짜’ 노벨상 못지않게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기장으로 개구리를 공중 부양시킨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먼저 받은 데 이어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진짜 물리학상을 받은 인물도 있다. 이그노벨상 수상자에겐 짐바브웨 화폐로 무려 10조 달러를 준다. 그러나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돈으로 4500원 정도다. 창의의 원천은 엉뚱함과 유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도 수상자가 4명 나왔지만 올해는 없다. 우스개 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외 토픽에 나올 만한 기발한 수상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