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고물가 부담에 인상 미뤄 연료비 상승세 탓 외면 어려워 대선 앞 소폭 조정… 유보할수도
전기 계량기. 동아일보 DB
추석 연휴(18∼22일) 이후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연료비 상승으로 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서민 부담과 물가 인상 압력을 덜기 위해 전기요금을 동결해온 정부가 요금 인상 압력을 더는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와 한전은 추석 연휴 직후인 23일경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올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뒤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각각 동결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를 1년 전과 비교해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한전은 올 6월 3분기 전기요금 조정 당시 연료비 인상분을 감안해 kWh당 3원의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정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물가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그간 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하반기 들어서도 연료비 상승세가 이어지자 4분기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6월 3분기 전기요금 조정 당시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되면 이를 조정 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악화한 한전의 경영 상황도 전기요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낮은 에너지 가격 영향 등으로 2017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흑자를 냈다. 올해 2분기에는 7648억 원 적자를 냈다. 2019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손실을 낸 것이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도 요금을 올리지 못해 높아진 연료비 부담이 실적에 반영됐다.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5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보이는 소비자 물가와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력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다시 동결하거나 올리더라도 소폭 인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시가스요금도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도시가스요금은 지난해 7월 평균 13.1% 인하된 뒤 14개월째 동결돼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뛰고 있어 정부가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용인할 가능성도 있다.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은 홀수 월마다 조정된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